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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赤字 중소병원 '알바 의사'로 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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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충훈
댓글 0건 조회 1,330회 작성일 0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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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赤字 중소병원 '알바 의사'로 때운다
전문의 있는곳 44%
밤엔 피 검사도 못해
"서울 가세요" 이송 고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
인구 40여만명의 경기도 A시. 농촌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도시 형태가 넓게 퍼져 있다. 이곳에는 3개의 중·소병원이 있다. 병원 1개가 인구 10여만명씩 나눠 맡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5일 저녁, 그중 B병원의 응급실 야간 당직을 섰다. 응급실이라고 해야 5평 정도의 크기에 침상 1개, 간이 이동 침대 1개, 진료 책상 1개뿐이다.

오후 8시쯤 술 냄새가 진동하는 57세 남자 환자가 아들 등에 업혀 왔다. 4일째 술을 먹었는데 정신이 혼미하다는 것이다. 환자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복막염이 의심돼, 큰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환자는 앰뷸런스로 서울로 떠나기 전까지 술주정을 했다. 아들은 병원비가 걱정이라며, 근심이 가득했다.





8시 반쯤.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넘어지면서 한 바퀴 굴렀다는 63세 남자 환자가 허리를 다쳤다며 왔다. 척추 엑스레이 검사상 특별한 이상은 없었고 통증도 심하지 않았다. 환자는 “교통사고로 다친 것은 당일엔 모르니 내일 또 오겠다”며 돌아갔다.

같은 시각, 원래 이날 당직의사인 김모씨는 귀가 아파서 온 5살 여자아이를 진찰하고 있었다. 의사는 “중이염 같으니 내일 이비인후과 있는 병원을 가보라”며 하루치 약을 처방했다.

김씨는 이 병원 소속 의사가 아니라 현역 군의관이다. 야간 응급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다. 통상 군의관 4~5명씩이 한 팀을 짜서 조그만 병원 야간 응급실을 돌아가며 맡는다.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일부 공중보건의들도 역시 응급실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런 식으로 아르바이트 의사를 구하지 않으면 이런 조그만 도시의 중·소병원 응급실들은 붙박이 당직 의사를 구할 수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정부에서 지정한 병원급 ‘지역 응급의료기관’은 104곳. 그 밖에 응급실을 운영하는 중·소병원은 700여곳이다. 2명이 번갈아 12시간씩 맡는다고 해도 약 1600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의사들이 응급실 당직을 ‘3D’ 직종이라며 기피하는 데다 그럴 만한 여유 의료 인력도 없는 실정이다. 이보다 규모가 큰 전국 106개 ‘지역 응급의료센터’도 24시간 전담 전문의가 있는 곳은 44%에 불과하다(보건산업진흥원·2004년).

B병원 내과 과장은 “아르바이트 의사를 동원한 편법 진료를 보건소에서도 알면서 모른 척하는 눈치”라며 “우리 응급실이 문을 닫을 경우 이 지역 약 10만명의 야간 진료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일대 대부분의 중·소병원 응급실이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이날 당직 의사는 진료 내내 군의관 신분이 드러날까봐 매우 초조해했다.

중·소병원 응급실이 정식 당직 의사 없이 운영되는 데는 응급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도 한 이유이다. 하루 10~20명 환자 진료와 현재의 응급의료 수가로는 매달 1500만~2000만원의 적자를 본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원가 보전율은 35.6%에 불과하다(보건산업진흥원2004년).

전날 오후 6시쯤에는 심근경색증 환자가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와, 의사 2명과 간호사 3명이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30분 했다고 한다. 환자를 겨우 살려서 서울 근교 대형병원으로 이송했는데, 이때 한 심폐소생술의 의료수가는 3만1000원이다.

응급실이 적자이다 보니 진료 환경이 열악하다. 응급실에는 심정지에 즉시 쓰는 전기충격기도 없고, 각종 혈액 검사도 야간에는 안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환자를 서울 근교의 대형병원으로 이송한다. 이날 밤도 3건의 병원 이송이 있었다. 원무과 직원이자 앰뷸런스 운전기사인 박모씨는 “대형병원 응급실 눈치가 보여 병원 이름이 적히지 않은 사설 앰뷸런스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날 밤 응급실에는 감기 몸살 어린이, 진통제 맞으러 온 아주머니, 왼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외국인 노동자, 심야에 오토바이 타고 가다 공사장 벽돌에 부딪혀 갈비뼈가 부러진 아저씨 등 14명이 다녀갔다. 기자에게 응급실 체험 기회를 제공한 이 병원 원장은 “1·2차 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걸러주지 못하니 결국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지방 병원의 응급실에 공중보건의를 지원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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