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감염, 삭감이 더욱 악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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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감염, 삭감이 더욱 악화시켜
삭감 인해 써야 할 항생제 못 써
수가인상 없이 중환자실 요건만 강화
내성 1위 탈피 위해 의료계·정부 나서야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자.
“만약 당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임상적으로 MRSA라는 강력한 세균 감염이 강하게 의심된다. 균배양검사를 내보내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간이 1∼3주 가량 걸린다. 그 기간을 기다린다 해도 MRSA가 검출되는 경우는 30%에 불과하다. 당신이 정말로 MRSA 감염 환자라면 반코마이신 등 강력한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확진’할 수가 없다. 지금 상황에서 당신은 의사가 어떤 항생제를 처방하기를 희망하는가?”라고.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코마이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의사도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므로 반코마이신을 처방한다. 다행히 환자의 상태는 호전됐다. 그러나 1∼3주 후 균배양검사에서는 MRSA가 동정되지 않았다. 심사평가원은 반코마이신 값을 전액 삭감한다. 의사가 약값을 물어내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한두 번씩 겪고 나면, 의사는 강력한 항생제 처방을 꺼릴 수밖에 없다. 황당한 제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안 그래도 심각했던 병원감염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진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 그래도 적자인 중환자실의 인력 및 시설 기준을 더욱 강화한다. 과연,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병원감염(hospital acquired infection, nosocomial infection)은 90년대 이후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미국 CDC의 정의에 의하면, ‘입원 당시 나타나지 않았음은 물론 잠복상태가 아니었던 감염이 입원기간 중에 발생한 경우’이며, 외과 수술환자의 경우 퇴원 후 30일 이내에 발생하는 것도 병원감염으로 분류하고 있다.
병원감염은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전체 입원환자의 10% 이상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항생제 오·남용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도 결코 그보다 낮지는 않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확한 역학조사가 없지만,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입원환자 중 5.8∼15.5%, 중환자실 환자 중 10.5∼39.7%가 병원감염을 경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병원감염을 일으키는 세균들 중 90% 가량이 메티실린에 내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항생제 내성의 특성상, 병원감염에 대한 대책이 계속 미비할 경우 현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보이는 슈퍼박테리아(VRE)가 등장,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근래에 새로운 항생제 ‘자이복스’와 ‘시너시드’ 등이 등장해 VRE 치료에도 희망을 가지긴 하지만, 현재 이들의 적응증이 너무 적은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대비 않으면 큰 재앙 올 수도
병원감염의 확산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생제 오·남용이 꼽히고 있지만,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국내 병원의 열악한 사정이다.
현재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의무적으로 병원감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어 있으며, 감염관리실도 운영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병실이 없어 며칠씩 응급실에 머물러야 하고, 병원감염이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중환자실의 시설 및 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병원감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런 문제의 개선을 위해 전문가 2,892명은 지난해 중환자실의 인력 시설 기준 강화에 관한 시행령 개정을 국회에 입법 청원했고, 국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중환자실 시설기준(28조의2)에서 진료의료인 조항이 없으므로 중환자실 인력 및 시설기준에 전담의사를 두게 하고, 동일한 근무시간에 간호사대 환자비율을 1대 4로 해야 한다. 또한 개방병상 면적을 1병상당 12평방미터 이상으로 해야 하고, 중환자실 시설에 대한 인력투자와 격차에 대한 등급규정을 두도록 했다.
적자 강요하는 제도
이같은 중환자실 시설 및 인력기준 강화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병원 경영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이미 적자를 보며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보상이나 투자 없이 기준만 강화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장인 고윤석 교수는 “시설 및 인력강화 등을 통한 노력이 중요하지만 정작 병원의 입장에서는 시설 및 인력에 관계없이 동일한 진료비가 문제가 된다”며, “병원감염을 줄이고 효과가 좋으면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 실장은 특히 정도관리 등을 통해 병원의 등급이 나눠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등급에 따라 진료비가 차등 지급되는 등의 적절한 보상시책이 마련되는 것이 병원의 시설 및 인력강화에 현실적인 힘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환자의학회 한 관계자도 “중환자실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중환자실의 표준화된 인력 및 시설 기준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고 지적하며, “이를 바탕으로 중환자실의 수가를 현실에 맞게 보전해야 하지만 현재 중환자실의 수가는 단순히 입원실료에 평균 8만원 수준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의료정책과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의료기관평가에 병원감염관리에 관한 항목이 포함돼 있다며, 현재도 병원감염관리를 위한 감염관리실 설치 등 법으로 정해진 것들이 있으니, 그러한 항목들을 준수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중환자실의 경우 얼마 전 중환자실 인력 및 시설 기준 등이 개정 됐으나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아 다시 4월중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에 있으며, 이 결과를 토대로 진료비 차등지급 등을 적극 고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임상 소견 무시하는 삭감 칼날
여기에 더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과도한 삭감이다. 병원감염은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 역시 중요하지만, 현재의 건강보험은 세균이 동정되지 않으면 보험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균배양검사의 특성상 세균이 동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를 모두 불필요한 처방으로 간주하는 일은 의사와 환자 모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종합병원의 감염내과 의사들은 한결같이 항생제 처방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무분별하고 모호한 기준을 적용,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MRSA의 가능성이 높을 때는 반코마이신 등의 항생제를 쓸 때 보험에서 인정을 해줘야 하며, 3차례 이상의 균검사를 통해 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처방을 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삭감이 워낙 심하다보니, 감염내과 의사들과 다른 과 의사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반코마이신을 처방하겠다는 동료 의사를 감염내과 의사가 만류하기도 하고, 환자가 나빠지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의정부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 놓고, 이야기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준이 부실해 경우에 따라 삭감여부가 달라지는가 하면, 기준이 있는 경우는 너무 과다한 규제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삭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그냥 놔두고, 그러지 않으면 삭감을 하는 경우가 빈번해 각 대학병원 교수들은 삭감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또 “항고혈압제 사용에는 너무나 관대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조차 방관하면서 병원감염의 경우 생명과 직결되는 심각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에 너무 어려움이 있다”며, “이는 건강보험의 본디 취지가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따라서 질병의 특성을 고려, 항생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병원이라면 최소한 병원감염의 전문가들의 임상적 소견을 충분히 반영,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윤석 교수도 “국내 현실에 맞는 적절한 진료 지침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소한 경험적으로 필요한 항생제이고 미국 등 외국 가이드라인에서 허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인정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은 줄곧 심사위원의 충분한 심사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감염내과 의사들은 특수 분야인 병원감염은 오랜 임상 경험을 거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하면서, 학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정되지 않는다고 제한하는 것은 자신의 잣대로만 해석하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일 따름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환자의 경제적 부담으로
상황이 이러다 보니 환자들의 입원기간이 연장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조기 치료를 위해 본인부담으로 항생제를 처방 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환자가 경제적인 피해까지 감수하는 셈이다.
실례로 신장기능이 나빠졌을 경우 쓰게 되는 항진균제 ‘Ambiezome’의 경우 1회 주사가 90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열흘만 쓰면 1,000만원에 육박하는 경제적 부담을 환자가 고스란히 지게 된다. 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에 따르면 연간 20억의 매출 가운데 보험급여로 받는 금액은 5억원이며, 본인부담이 15억원에 이른다.
이밖에도 지난 2002년 발매된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인 ‘자이복스’와 ‘시너시드’ 역시 보험적용 범위가 너무 좁아 MRSA는 물론 반코마이신에 효과를 보이지 않는 내성균주를 지닌 환자들에게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그 밖의 중요한 것들
한편, 병원감염의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는 현재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항생제 내성감시 시스템의 통합 운영과 자료의 정기적인 유출에 대한 문제해결과 항생제 내성의 정확한 정보를 통한 항생제 사용 절제 정책의 유도도 정부차원에서 시급히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현실에 맞는 적절한 표준 지료지침과 항생제 내성과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한 공유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또한 중환자실 시설 및 인력이 충분히 갖춰지더라도 병원감염을 완전히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최대한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의사들의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우선 개원가부터 항생제 사용을 원칙대로 해야 하며, 병원에서는 ▲전문요원의 꾸준한 스크리닝과 감시 리포트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야 하며,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해 부적절한 사용은 줄이는 항생제 사용의 원칙을 준수하고, ▲의사들의 접촉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의사들의 손씻기, ▲외부로의 감염을 막기 위해 감염환자의 격리 등에 유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곽상희 기자
opensky@fromdoctor.com |+ 목록보기 |
삭감 인해 써야 할 항생제 못 써
수가인상 없이 중환자실 요건만 강화
내성 1위 탈피 위해 의료계·정부 나서야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자.
“만약 당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임상적으로 MRSA라는 강력한 세균 감염이 강하게 의심된다. 균배양검사를 내보내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간이 1∼3주 가량 걸린다. 그 기간을 기다린다 해도 MRSA가 검출되는 경우는 30%에 불과하다. 당신이 정말로 MRSA 감염 환자라면 반코마이신 등 강력한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확진’할 수가 없다. 지금 상황에서 당신은 의사가 어떤 항생제를 처방하기를 희망하는가?”라고.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코마이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의사도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므로 반코마이신을 처방한다. 다행히 환자의 상태는 호전됐다. 그러나 1∼3주 후 균배양검사에서는 MRSA가 동정되지 않았다. 심사평가원은 반코마이신 값을 전액 삭감한다. 의사가 약값을 물어내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한두 번씩 겪고 나면, 의사는 강력한 항생제 처방을 꺼릴 수밖에 없다. 황당한 제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안 그래도 심각했던 병원감염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진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 그래도 적자인 중환자실의 인력 및 시설 기준을 더욱 강화한다. 과연,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병원감염(hospital acquired infection, nosocomial infection)은 90년대 이후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미국 CDC의 정의에 의하면, ‘입원 당시 나타나지 않았음은 물론 잠복상태가 아니었던 감염이 입원기간 중에 발생한 경우’이며, 외과 수술환자의 경우 퇴원 후 30일 이내에 발생하는 것도 병원감염으로 분류하고 있다.
병원감염은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전체 입원환자의 10% 이상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항생제 오·남용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도 결코 그보다 낮지는 않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확한 역학조사가 없지만,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입원환자 중 5.8∼15.5%, 중환자실 환자 중 10.5∼39.7%가 병원감염을 경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병원감염을 일으키는 세균들 중 90% 가량이 메티실린에 내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항생제 내성의 특성상, 병원감염에 대한 대책이 계속 미비할 경우 현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에도 내성을 보이는 슈퍼박테리아(VRE)가 등장,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근래에 새로운 항생제 ‘자이복스’와 ‘시너시드’ 등이 등장해 VRE 치료에도 희망을 가지긴 하지만, 현재 이들의 적응증이 너무 적은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대비 않으면 큰 재앙 올 수도
병원감염의 확산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생제 오·남용이 꼽히고 있지만,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국내 병원의 열악한 사정이다.
현재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의무적으로 병원감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어 있으며, 감염관리실도 운영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병실이 없어 며칠씩 응급실에 머물러야 하고, 병원감염이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중환자실의 시설 및 인력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병원감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런 문제의 개선을 위해 전문가 2,892명은 지난해 중환자실의 인력 시설 기준 강화에 관한 시행령 개정을 국회에 입법 청원했고, 국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중환자실 시설기준(28조의2)에서 진료의료인 조항이 없으므로 중환자실 인력 및 시설기준에 전담의사를 두게 하고, 동일한 근무시간에 간호사대 환자비율을 1대 4로 해야 한다. 또한 개방병상 면적을 1병상당 12평방미터 이상으로 해야 하고, 중환자실 시설에 대한 인력투자와 격차에 대한 등급규정을 두도록 했다.
적자 강요하는 제도
이같은 중환자실 시설 및 인력기준 강화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병원 경영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이미 적자를 보며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보상이나 투자 없이 기준만 강화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장인 고윤석 교수는 “시설 및 인력강화 등을 통한 노력이 중요하지만 정작 병원의 입장에서는 시설 및 인력에 관계없이 동일한 진료비가 문제가 된다”며, “병원감염을 줄이고 효과가 좋으면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 실장은 특히 정도관리 등을 통해 병원의 등급이 나눠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등급에 따라 진료비가 차등 지급되는 등의 적절한 보상시책이 마련되는 것이 병원의 시설 및 인력강화에 현실적인 힘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환자의학회 한 관계자도 “중환자실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중환자실의 표준화된 인력 및 시설 기준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고 지적하며, “이를 바탕으로 중환자실의 수가를 현실에 맞게 보전해야 하지만 현재 중환자실의 수가는 단순히 입원실료에 평균 8만원 수준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의료정책과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의료기관평가에 병원감염관리에 관한 항목이 포함돼 있다며, 현재도 병원감염관리를 위한 감염관리실 설치 등 법으로 정해진 것들이 있으니, 그러한 항목들을 준수하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중환자실의 경우 얼마 전 중환자실 인력 및 시설 기준 등이 개정 됐으나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아 다시 4월중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에 있으며, 이 결과를 토대로 진료비 차등지급 등을 적극 고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임상 소견 무시하는 삭감 칼날
여기에 더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과도한 삭감이다. 병원감염은 예방뿐만 아니라 치료 역시 중요하지만, 현재의 건강보험은 세균이 동정되지 않으면 보험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균배양검사의 특성상 세균이 동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를 모두 불필요한 처방으로 간주하는 일은 의사와 환자 모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종합병원의 감염내과 의사들은 한결같이 항생제 처방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무분별하고 모호한 기준을 적용,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MRSA의 가능성이 높을 때는 반코마이신 등의 항생제를 쓸 때 보험에서 인정을 해줘야 하며, 3차례 이상의 균검사를 통해 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처방을 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삭감이 워낙 심하다보니, 감염내과 의사들과 다른 과 의사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반코마이신을 처방하겠다는 동료 의사를 감염내과 의사가 만류하기도 하고, 환자가 나빠지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의정부성모병원 감염내과 이동건 교수는 “명확한 기준을 정해 놓고, 이야기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준이 부실해 경우에 따라 삭감여부가 달라지는가 하면, 기준이 있는 경우는 너무 과다한 규제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삭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그냥 놔두고, 그러지 않으면 삭감을 하는 경우가 빈번해 각 대학병원 교수들은 삭감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또 “항고혈압제 사용에는 너무나 관대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조차 방관하면서 병원감염의 경우 생명과 직결되는 심각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에 너무 어려움이 있다”며, “이는 건강보험의 본디 취지가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따라서 질병의 특성을 고려, 항생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병원이라면 최소한 병원감염의 전문가들의 임상적 소견을 충분히 반영,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윤석 교수도 “국내 현실에 맞는 적절한 진료 지침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소한 경험적으로 필요한 항생제이고 미국 등 외국 가이드라인에서 허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인정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은 줄곧 심사위원의 충분한 심사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감염내과 의사들은 특수 분야인 병원감염은 오랜 임상 경험을 거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하면서, 학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정되지 않는다고 제한하는 것은 자신의 잣대로만 해석하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일 따름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환자의 경제적 부담으로
상황이 이러다 보니 환자들의 입원기간이 연장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조기 치료를 위해 본인부담으로 항생제를 처방 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환자가 경제적인 피해까지 감수하는 셈이다.
실례로 신장기능이 나빠졌을 경우 쓰게 되는 항진균제 ‘Ambiezome’의 경우 1회 주사가 90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열흘만 쓰면 1,000만원에 육박하는 경제적 부담을 환자가 고스란히 지게 된다. 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에 따르면 연간 20억의 매출 가운데 보험급여로 받는 금액은 5억원이며, 본인부담이 15억원에 이른다.
이밖에도 지난 2002년 발매된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인 ‘자이복스’와 ‘시너시드’ 역시 보험적용 범위가 너무 좁아 MRSA는 물론 반코마이신에 효과를 보이지 않는 내성균주를 지닌 환자들에게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그 밖의 중요한 것들
한편, 병원감염의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는 현재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항생제 내성감시 시스템의 통합 운영과 자료의 정기적인 유출에 대한 문제해결과 항생제 내성의 정확한 정보를 통한 항생제 사용 절제 정책의 유도도 정부차원에서 시급히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현실에 맞는 적절한 표준 지료지침과 항생제 내성과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한 공유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또한 중환자실 시설 및 인력이 충분히 갖춰지더라도 병원감염을 완전히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최대한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의사들의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우선 개원가부터 항생제 사용을 원칙대로 해야 하며, 병원에서는 ▲전문요원의 꾸준한 스크리닝과 감시 리포트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야 하며,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해 부적절한 사용은 줄이는 항생제 사용의 원칙을 준수하고, ▲의사들의 접촉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의사들의 손씻기, ▲외부로의 감염을 막기 위해 감염환자의 격리 등에 유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곽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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