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봉? 병원 1식4찬 가격은 6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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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봉? 병원 1식4찬 가격은 6900원
[현장취재]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병원 밥' 삼키는 사람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정민규/한미희(hello21) 기자
▲ 한 병원의 점심 식사. 대부분의 병원이 이 같은 1식 4찬의 식사를 일반식으로 환자에게 제공한다
ⓒ2004 정민규
지난 8일 낮 12시경,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강북 삼성병원 입원실에는 식판을 들고 나르는 배식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병실 앞에 놓여진 식판의 메뉴는 밥과 감자탕, 탕수어, 호박고기볶음, 콩나물 무침과 깍두기. 1식 4찬이다.이 1식 4찬 식사 가격은 6900원.
시내 어느 음식점을 가서 백반을 시켜도 이보다 반찬이 적게 나오지는 않는다. 이 가격은 일반 시내 음식점보다 많게는 3000원 정도나 높게 책정된 가격이다.
"너무 비싸다."
식사를 하고 있던 환자 김 아무개(23)씨에게 다가가 '식사가 어떠냐'고 물으니 대뜸 불평부터 터져나왔다.
김씨는 "솔직히 학교 밥처럼 3500원 정도면 될 거 같다"면서 "비싸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한다"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환자 노 아무개(65)씨는 "병원 밥값이야 원래 비싼 거 아니냐"며 "병원에서 위생적으로 하는 것이니 믿고 먹는다"고 말했다. 환자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병원 내에 위치한 급식 조리실은 겉으로 보기엔 여느 급식 조리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실제로 관내 단체 급식소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종로구청 식품위생과 오상진씨는 "병원이라고 특별한 위생적이지는 않다"면서, "대부분의 대형 급식소의 위생 상태는 동일하다"고 말한다.
반면 같은 조리실에서 나오는 직원용 식사의 경우 직원의 복리를 위해 500원에 식사가 제공되고 있었다. 이 병원 홍보실 관계자는 "환자식은 더 좋은 재료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며 가격이 비싼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학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병원의 한 끼 식대는 7200원. 병원에서 만난 소아 백혈병 환자와 그의 보호자는 병원 식대에 관한 취재를 나왔다고 밝히자 "그거 좀 언론에서 때려 주세요"란 말부터 먼저 꺼냈다.
이 소아암 환자는 "항암 치료를 받을 때는 사실상 밥을 먹지 못해 다 버리거나 보호자가 대신 먹는다"고 말했다. 이 환자와 보호자는 “서울대병원은 입원이 어려워 불만이 있어도 괘씸죄가 두려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이 병원 귀퉁이 보호자 대기실에서 보호자 몇 명을 만날 수 있었다.식당을 20년 경영했다는 보호자는 "처음 식사를 보고난 뒤 '2000원 짜리 밥'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돈을 좀 더 남기고 싶다고 해도 3000원이면 충분한 식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병을 고치는 게 중요하지, 밥값쯤이야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보호자들은 "서울대병원은 입원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입원하게된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병원 밥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사실 병원에 한번쯤 입원해 본 환자나 보호자가 있다면 생각해 봤을 법한 의문이다. 기자가 당뇨 등의 특별한 처방이 필요한 치료식이 아닌 일반식의 식대를 서울 시내 병원 몇 곳을 확인해본 결과 실제로 환자들의 불만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3차 진료기관으로 분류되는 몇몇 대형병원의 경우 한끼에 평균6000원에서 7000원 가량의 식대를 받고 있었다.(하단 박스 기사 참조)
환자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밥값을 지불하지만 '왜 병원 밥이 비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토록 환자들의 불만이 높지만 의외로 소비자보호원에 신청된 이의신청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사람들이 병원 밥 값은 원래 그렇게 비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에 의외로 구제신청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의 어린이병원의 경우 본관과 식당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달랐지만 식대는 동일했다. 어린이병원에 급식을 공급하는 업체의 본사 관계자는 "모두 처방에 의해 식단이 차려진다"며 "그 수가 50여가지에이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업체가 공급하는 다른 병원에서 영양사에게 환자 식사에 대해 묻자 "소화가 잘 안되면 죽을 먹는 것 뿐 당뇨 환자같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면 환자들은 그냥 일반식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본사의 관계자와 일선 현장의 영양사의 말이 다른 것이다.
"이름 값하는 병원 밥값"
▲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는 한 병원에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양식과 한식, 음식의 간 정도다
ⓒ2004 정민규
그렇다면 왜 병원의 밥값은 이렇게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일까?
시립동부병원은 대형 병원과 동일한 구성의 식사를 제공하지만 식대가 3000원 가량이었다.
급식업체도 다른 대형 병원처럼 대기업의 자회사였다. 이 급식소 관계자에게 싼 가격 때문에 질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계열사 백화점에서 직접 가져오는 재료를 쓴다"면서 품질에 대해 자신했다.
하지만 같은 급식회사에서 급식을 제공받는다고 하여 식대가 같은 것은 아니다. 한 대형 급식 업체의 홍보과 관계자는 "병원의 여건에 따라 식대가 천차만별"이라며 "자세한 내역 등은 병원의 여건과 정책에 따른 문제"라며 언급을 피했다.
서울대병원 원무과 관계자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대의 병원보다 대형병원 식대가 비싼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관계자는 "원가 계산을 해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낮은 등급의 2차 진료기관과 비교하지 말고 같은 등급의 3차 진료 기관과 비교해 달라"고 말했다. 2차 진료기관과 3차 진료기관은 격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2차 진료기관보다 3차 진료기관의 밥 값이 비싼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한편 서울대 병원에서 만들어지는 직원식당의 식대는 2500원이었으며, 일반인 식당의 식대는 3000원이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역시 "환자 식사는 좋은 재료를 쓰며 특히 병실로 배달도 해야 되는 등 손이 많이 간다"고 비싼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식대가 저렴한 병원이라고 특별히 저급의 재료를 쓰지는 않았고, 몸이 아픈 환자들이 직접 식당으로 내려와 밥을 받아 가는 일은 없이 병실로 직접 배달되고 있었다.
식대의 원가를 알아보기 위해 기업체의 구내식당을 찾아가 병원에서 보여준 메뉴를 보여주고 이 메뉴로 최대한 상질의 재료만을 써서 조리하면 원가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병원에도 급식을 제공하는 이 급식소의 매니저는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높게 잡아도 원가는 2천원정도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이 매니저는 "병원 식대는 업체가 병원에 일정량의 돈을 내기 때문에 비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료관련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조경애 공동대표는 "큰 병원의 경우 중증환자가 많이 오기 때문에 식사에 대해서 따지는 환자가 적다"며 "결국 이름 때문에 비싸진다"고 말했다.
현재 병원 식대는 건강보험에 포함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수익이 고스란히 병원에게 돌아간다.
2003년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 유시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식비가 전체 비급여 비용에서 13.1%로 전체 비급여 항목 중 3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규제책은 없는 것일까? 급식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가격에 대해서는 관여를 할 수 없다"며 재정경제부로 공을 넘겼다.
하지만 재정경제부는 "급식 가격에 대해 딱히 제재를 할 수 없다"고 말하며 보건복지부로 다시 공을 넘겼다. 결국 제대로 병원의 식대를 감독하는 관청은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의료급여실 나혜경 차장은 "주무부처가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마음대로 식대를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나 차장은 "정부가 나서서 통제를 하려면 정부고시를 해야하지만 현실상 힘들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기획국장은 "우리나라 병원은 돈 안 되는 보험항목이 아닌 비급여 항목을 많이 청구하는 것이 병원을 잘 경영하는 것"이라며 "식대 같은 항목 외에도 MRI, 영안실, 주차료, 초음파 등 비급여 항목을 많이 청구하는 것이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외국처럼 비급여 항목을 없애야 큰 병 하나 걸리면 집안이 패가망신하는 현재의 구조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립'과 '사립' 가격 차이는 두배
<오마이뉴스>는 서울 시내 병원에 대한 다인실 기준 식대를 조사했다. 가장 식대가 비싼 병원은 7900원인 연세대학교 부속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사립병원과 국공립병원간의 식대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병원의 경우 시립병원과 그 차이가 두 배에 달했다. '시립'과 '사립'의 글자 차이는 한 점 일 뿐이지만 가격 차이는 배 이상인 셈이다.이 뿐 아니라 사립병원들은 곧이어 식대 가격을 또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표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2차 진료기관과 3차 진료기관의 차이도 크게 발생하였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7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에 대한 조사에서도 2차 의료기관과 3차 의료기관의 식대 차이는 평균 1000원 이상으로 조사됐다.
/ 정민규
[현장취재]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병원 밥' 삼키는 사람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정민규/한미희(hello21) 기자
▲ 한 병원의 점심 식사. 대부분의 병원이 이 같은 1식 4찬의 식사를 일반식으로 환자에게 제공한다
ⓒ2004 정민규
지난 8일 낮 12시경,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강북 삼성병원 입원실에는 식판을 들고 나르는 배식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병실 앞에 놓여진 식판의 메뉴는 밥과 감자탕, 탕수어, 호박고기볶음, 콩나물 무침과 깍두기. 1식 4찬이다.이 1식 4찬 식사 가격은 6900원.
시내 어느 음식점을 가서 백반을 시켜도 이보다 반찬이 적게 나오지는 않는다. 이 가격은 일반 시내 음식점보다 많게는 3000원 정도나 높게 책정된 가격이다.
"너무 비싸다."
식사를 하고 있던 환자 김 아무개(23)씨에게 다가가 '식사가 어떠냐'고 물으니 대뜸 불평부터 터져나왔다.
김씨는 "솔직히 학교 밥처럼 3500원 정도면 될 거 같다"면서 "비싸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만 한다"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환자 노 아무개(65)씨는 "병원 밥값이야 원래 비싼 거 아니냐"며 "병원에서 위생적으로 하는 것이니 믿고 먹는다"고 말했다. 환자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병원 내에 위치한 급식 조리실은 겉으로 보기엔 여느 급식 조리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실제로 관내 단체 급식소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종로구청 식품위생과 오상진씨는 "병원이라고 특별한 위생적이지는 않다"면서, "대부분의 대형 급식소의 위생 상태는 동일하다"고 말한다.
반면 같은 조리실에서 나오는 직원용 식사의 경우 직원의 복리를 위해 500원에 식사가 제공되고 있었다. 이 병원 홍보실 관계자는 "환자식은 더 좋은 재료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며 가격이 비싼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학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병원의 한 끼 식대는 7200원. 병원에서 만난 소아 백혈병 환자와 그의 보호자는 병원 식대에 관한 취재를 나왔다고 밝히자 "그거 좀 언론에서 때려 주세요"란 말부터 먼저 꺼냈다.
이 소아암 환자는 "항암 치료를 받을 때는 사실상 밥을 먹지 못해 다 버리거나 보호자가 대신 먹는다"고 말했다. 이 환자와 보호자는 “서울대병원은 입원이 어려워 불만이 있어도 괘씸죄가 두려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이 병원 귀퉁이 보호자 대기실에서 보호자 몇 명을 만날 수 있었다.식당을 20년 경영했다는 보호자는 "처음 식사를 보고난 뒤 '2000원 짜리 밥'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돈을 좀 더 남기고 싶다고 해도 3000원이면 충분한 식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병을 고치는 게 중요하지, 밥값쯤이야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보호자들은 "서울대병원은 입원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입원하게된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병원 밥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사실 병원에 한번쯤 입원해 본 환자나 보호자가 있다면 생각해 봤을 법한 의문이다. 기자가 당뇨 등의 특별한 처방이 필요한 치료식이 아닌 일반식의 식대를 서울 시내 병원 몇 곳을 확인해본 결과 실제로 환자들의 불만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3차 진료기관으로 분류되는 몇몇 대형병원의 경우 한끼에 평균6000원에서 7000원 가량의 식대를 받고 있었다.(하단 박스 기사 참조)
환자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밥값을 지불하지만 '왜 병원 밥이 비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토록 환자들의 불만이 높지만 의외로 소비자보호원에 신청된 이의신청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사람들이 병원 밥 값은 원래 그렇게 비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에 의외로 구제신청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의 어린이병원의 경우 본관과 식당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달랐지만 식대는 동일했다. 어린이병원에 급식을 공급하는 업체의 본사 관계자는 "모두 처방에 의해 식단이 차려진다"며 "그 수가 50여가지에이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업체가 공급하는 다른 병원에서 영양사에게 환자 식사에 대해 묻자 "소화가 잘 안되면 죽을 먹는 것 뿐 당뇨 환자같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면 환자들은 그냥 일반식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본사의 관계자와 일선 현장의 영양사의 말이 다른 것이다.
"이름 값하는 병원 밥값"
▲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는 한 병원에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양식과 한식, 음식의 간 정도다
ⓒ2004 정민규
그렇다면 왜 병원의 밥값은 이렇게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일까?
시립동부병원은 대형 병원과 동일한 구성의 식사를 제공하지만 식대가 3000원 가량이었다.
급식업체도 다른 대형 병원처럼 대기업의 자회사였다. 이 급식소 관계자에게 싼 가격 때문에 질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계열사 백화점에서 직접 가져오는 재료를 쓴다"면서 품질에 대해 자신했다.
하지만 같은 급식회사에서 급식을 제공받는다고 하여 식대가 같은 것은 아니다. 한 대형 급식 업체의 홍보과 관계자는 "병원의 여건에 따라 식대가 천차만별"이라며 "자세한 내역 등은 병원의 여건과 정책에 따른 문제"라며 언급을 피했다.
서울대병원 원무과 관계자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대의 병원보다 대형병원 식대가 비싼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관계자는 "원가 계산을 해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낮은 등급의 2차 진료기관과 비교하지 말고 같은 등급의 3차 진료 기관과 비교해 달라"고 말했다. 2차 진료기관과 3차 진료기관은 격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2차 진료기관보다 3차 진료기관의 밥 값이 비싼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한편 서울대 병원에서 만들어지는 직원식당의 식대는 2500원이었으며, 일반인 식당의 식대는 3000원이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역시 "환자 식사는 좋은 재료를 쓰며 특히 병실로 배달도 해야 되는 등 손이 많이 간다"고 비싼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식대가 저렴한 병원이라고 특별히 저급의 재료를 쓰지는 않았고, 몸이 아픈 환자들이 직접 식당으로 내려와 밥을 받아 가는 일은 없이 병실로 직접 배달되고 있었다.
식대의 원가를 알아보기 위해 기업체의 구내식당을 찾아가 병원에서 보여준 메뉴를 보여주고 이 메뉴로 최대한 상질의 재료만을 써서 조리하면 원가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병원에도 급식을 제공하는 이 급식소의 매니저는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높게 잡아도 원가는 2천원정도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이 매니저는 "병원 식대는 업체가 병원에 일정량의 돈을 내기 때문에 비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료관련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조경애 공동대표는 "큰 병원의 경우 중증환자가 많이 오기 때문에 식사에 대해서 따지는 환자가 적다"며 "결국 이름 때문에 비싸진다"고 말했다.
현재 병원 식대는 건강보험에 포함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수익이 고스란히 병원에게 돌아간다.
2003년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 유시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식비가 전체 비급여 비용에서 13.1%로 전체 비급여 항목 중 3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규제책은 없는 것일까? 급식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가격에 대해서는 관여를 할 수 없다"며 재정경제부로 공을 넘겼다.
하지만 재정경제부는 "급식 가격에 대해 딱히 제재를 할 수 없다"고 말하며 보건복지부로 다시 공을 넘겼다. 결국 제대로 병원의 식대를 감독하는 관청은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의료급여실 나혜경 차장은 "주무부처가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마음대로 식대를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나 차장은 "정부가 나서서 통제를 하려면 정부고시를 해야하지만 현실상 힘들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기획국장은 "우리나라 병원은 돈 안 되는 보험항목이 아닌 비급여 항목을 많이 청구하는 것이 병원을 잘 경영하는 것"이라며 "식대 같은 항목 외에도 MRI, 영안실, 주차료, 초음파 등 비급여 항목을 많이 청구하는 것이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외국처럼 비급여 항목을 없애야 큰 병 하나 걸리면 집안이 패가망신하는 현재의 구조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립'과 '사립' 가격 차이는 두배
<오마이뉴스>는 서울 시내 병원에 대한 다인실 기준 식대를 조사했다. 가장 식대가 비싼 병원은 7900원인 연세대학교 부속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사립병원과 국공립병원간의 식대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병원의 경우 시립병원과 그 차이가 두 배에 달했다. '시립'과 '사립'의 글자 차이는 한 점 일 뿐이지만 가격 차이는 배 이상인 셈이다.이 뿐 아니라 사립병원들은 곧이어 식대 가격을 또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표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2차 진료기관과 3차 진료기관의 차이도 크게 발생하였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7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에 대한 조사에서도 2차 의료기관과 3차 의료기관의 식대 차이는 평균 1000원 이상으로 조사됐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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