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병원, 가입할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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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병원, 가입할까 말까?
‘브랜드’ 효과로 환자 유인 용이
적지 않은 회비는 부담
또다시 개원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예전 같으면 봄에 맞춰 신규오픈을 하기 위한 예비개원의들의 발걸음이 분주할때지만, 올해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이다. 소모품, 의료기, 컨설팅, 개원자금 대출 등 관련 업계에서는 개원 문의가 뚝 떨어져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이다. 개원가의 수익이 바닥을 치면서 개원을 하겠다는 의사가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소위 ‘네트워크 병원’은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은 같은 ‘브랜드’를 여러 의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어려운 개원가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를 고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좀더 수준 높은 진료 및 서비스를 연상시킴으로써, 환자 수 증가는 물론 다소 높은 가격(비급여의 경우)을 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모든 네트워크 병원이 소위 ‘잘 나가는’ 것만은 아니다. 네트워크 병원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관련기사 4면>
과연 많이 벌 수 있을까?
네트워크 병원에 가입하고자 하는 이들은 네트워크 병원 가입만으로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과연 네트워크 병원의 수익성은 어느 정도일까? 각 네트워크마다, 그리고 각 의원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네트워크 병원을 경영함으로써 딱히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일부 네트워크에서는 수익성만을 바라고 가입을 희망하는 경우 정중히 가입을 거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병원은 단순히 브랜드만으로도 추가적인 내원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나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정보 습득이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의료 소비자는 단순히 병원의 외양이나 이름만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운세상 피부과의 신환 내원동기를 살펴보면 1위는 소개, 2위는 브랜드명을 보고 찾아오는 경우이며, 브랜드로 인한 신환이 평균 20%를 상회한다고 고운세상 측은 설명한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안모씨(25, 여)는 최근 네트워크 병원인 A병원을 찾아가 제모 시술을 받았다. 인근에 다른 병원도 있었고 A병원이 특별히 제모 시술을 잘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왠지 A병원이 더 좋은 기계를 쓸 것 같고 인테리어가 깔끔해 보여 A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여대생 박모씨(26, 여) 역시 또 다른 네트워크 병원인 B병원을 찾아 여드름 치료를 받았다. 그녀는 서울 강북에 살고 있지만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 강남에 있는 B병원을 찾아갔다. 그녀의 집 부근에도 다른 병원이 많았지만 B병원이 왠지 여드름 치료를 잘 할 것 같고 브랜드가 있으니 뭐가 나아도 나을 거란 생각에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네트워크 병원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춤으로써 좀 더 높은 진료비를 책정할 수 있다. 치과 네트워크인 예치과에서는 소수의 예약환자에게 최고의 진료와 서비스를 펼친다는 컨셉 하에 지역 대비 최고 진료비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강북의 치과의원에서 금니를 할 경우 평균 20만원을 받고 강남의 다른 치과병원이 50만원 가량을 받는다면, 예치과는 90만원을 받는 것이다. 턱없이 높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가격이지만, 예치과 ‘브랜드’로 인해 내원환자들은 그 가격을 아무런 불만 없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홍보·관리비용 절감
네트워크 병원의 두 번째 장점은 다수가 모이고 중앙 조직이 여러 가지 업무를 관리함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는 점이다. 홍보·마케팅의 경우 배너광고, 잡지 광고 하나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일개 병원이 이를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다. 하지만 여러 병원이 그 비용을 분담하면 비용은 절감하면서 홍보 효과는 그대로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또한 개원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골치 아픈 사항들을 중앙에서 대신해주기 때문에 보다 편리하게 개원할 수 있음은 물론 선두 병원의 각종 진료 및 서비스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다.
공동구매에 따른 절감 효과도 있다. 한 네트워크 피부과의 경우 최근 2억원 상당의 레이저 기기를 구매하면서 20% 정도 할인된 금액에 살 수 있었으며, 시술에 필요한 약품 역시 대량구매에 따라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트워크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최소 20%에서 최고 50%까지 저렴하게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일부 네트워크는 중앙의 사무조직이 존재해 각 병원은 경영인력비용을 절감하고 보다 전문화된 경영관리를 받을 수 있다.
의료시장개방 대비책이 될 수도
마지막으로 이러한 네트워크 병원은 다가올 의료시장개방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책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의사는 의료시장개방을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지만, 네트워크에 소속되면 네트워크 차원의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대비가 가능하다.
특히 의료시장 개방 후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될 경우 네트워크 병원은 민간의료보험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병원의 인지도와 규모에 따라 보험사와의 교섭조건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돼 있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각 병원이 여러 민간의료보험사와 계약이 됐는지 안 됐는지에 따라 그 병원의 생존이 좌우되기도 한다.
투자액 vs 수익성
하지만 이와 같은 네트워크 병원의 다양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선뜻 이에 탑승하기에는 고심해야 할 면도 존재한다.
우선 네트워크 병원 가입에 따른 투자액(개원 자금과 로열티 등) 대비 수익성을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가입비, 보증금, 회비(또는 로열티) 등으로 상당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일부 네트워크 병원 회원들은 가입비와 월회비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데 비해 네트워크에서 해주는 일은 그다지 없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개원 초기에는 중앙에서 개원을 도와주고 브랜드 효과가 눈에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이 해주는 일이 그다지 없는데도 월회비로 꼬박꼬박 일정액이 나가면서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병원에 환자가 많고 매출액이 높아지면서 본원에 내는 로열티(매출액 대비 정률)가 많아질 경우 갈등이 커지게 된다.
이외에도 몇몇 네트워크 병원들은 진료 질 유지 및 이미지 개선 등을 위해 공동개원, 실 평수 몇십평 이상 등을 필수가입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초기 개원자금도 다소 높게 소요되는 편이다.
모두 다 잘될까?
또한 모든 네트워크 병원이 높은 이익을 남기는 것만은 아니다. 우선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의 타격이 가장 컸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9개 병원에서 6개 병원으로 몸집을 줄인 이지함피부과의 함익병 원장은 비보험과의 경우 수요층이 일정하기 때문에 경기가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확장을 고려치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의료는 경제의 종속변수입니다. 병원이라는 것, 특히 피부과 쪽은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고 해서 수요가 창출되지 않습니다. 국가경제가 잘 돌아가서 각각 개인들이 잉여자산을 갖게되면 그땐 사람들이 미용이나 피부에 신경을 쓰고 그 잉여소득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지, 우리가 열심히 한다고 사람들이 빚을 내서 수술하지는 않습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드림성모안과 역시 청담점과 강남점을 통합했다. 구태형 원장은 “이번에 병원 하나를 줄이면서 아무런 대안 없이 그저 수술환자를 늘리기 위해 병원을 늘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라며, 앞으로 당분간 병원을 확대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최악의 상황은 의료사고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한 병원의 실수로 전체 네트워크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한 병원이 불친절하거나 치료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 개별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체 네트워크 병원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이다. 특히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파장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병원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의료의 ‘질’ 관리이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병원에서 이를 위해 가입 조건을 규정하고 정기적인 세미나를 갖고 있지만, 의료분야의 특수성으로 인해 의료의 질 관리가 쉽지만은 않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동일한 시설과 시스템으로 동일한 제품이 나올 수 있지만 의료는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컨설팅전문기업 앨리오앤컴퍼니의 박개성 대표는 네트워크 병원의 관건은 바로 ‘질’ 유지라 말한다. 그는 “의료 질에 대한 검증 없이 친구나 선후배만으로 네트워크가 구성된다면 네트워크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의료사고’와 같은 위험은 더욱 증가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네트워크 병원이 살아남으려면 의료에 대한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주특기 없이 무작정 이 사업, 저 사업으로 확장을 꾀하다가 IMF 당시 직격탄을 맞았던 점을 떠올려야 한다. 덩치만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병원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 브랜드만으로 ‘아, 이 병원은 무엇을 잘 하는 병원’이라는 주특기가 떠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네트워크 병원에 가입할 때 과연 그 네트워크에서 평생을 할 것인지 숙고한 뒤 가입하라고 조언한다. “만약 네트워크 병원이 망한다면 그 자신도 휩쓸리게 된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까지 생각 않더라도 2∼3년 뒤 네트워크 병원을 탈퇴할 경우도 생각해둬야 한다. 만약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병원을 2년 동안 했다면 적어도 그 동네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병원에서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네트워크의 이름으로 일했기 때문에, 탈퇴 시 얻은 것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일단 증가세, 느슨한 형태 네트워크도
하지만 이러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데 힘입어 네트워크 병원은 꾸준히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성형외과, 피부과 등 비보험과 뿐 아니라 내과 등 보험과로도 확장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기존 병원들이 지역별로 연합하는 형태의 다소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네트워크 병원은 분명 브랜드 이미지 형성, 원가 절감, 공동 대응 등 다양한 매력을 갖췄지만, 이에 못지 않게 높은 가입비용과 의료사고 위험 등으로 선뜻 합류하기에는 다소 위험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만약 개원을 앞둔 의사라면, 그리고 네트워크 병원 가입을 고려 중이라면 여러 사항에 대해 숙고한 후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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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효과로 환자 유인 용이
적지 않은 회비는 부담
또다시 개원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예전 같으면 봄에 맞춰 신규오픈을 하기 위한 예비개원의들의 발걸음이 분주할때지만, 올해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이다. 소모품, 의료기, 컨설팅, 개원자금 대출 등 관련 업계에서는 개원 문의가 뚝 떨어져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이다. 개원가의 수익이 바닥을 치면서 개원을 하겠다는 의사가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소위 ‘네트워크 병원’은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네트워크 병원은 같은 ‘브랜드’를 여러 의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어려운 개원가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를 고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좀더 수준 높은 진료 및 서비스를 연상시킴으로써, 환자 수 증가는 물론 다소 높은 가격(비급여의 경우)을 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모든 네트워크 병원이 소위 ‘잘 나가는’ 것만은 아니다. 네트워크 병원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관련기사 4면>
과연 많이 벌 수 있을까?
네트워크 병원에 가입하고자 하는 이들은 네트워크 병원 가입만으로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과연 네트워크 병원의 수익성은 어느 정도일까? 각 네트워크마다, 그리고 각 의원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네트워크 병원을 경영함으로써 딱히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일부 네트워크에서는 수익성만을 바라고 가입을 희망하는 경우 정중히 가입을 거절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병원은 단순히 브랜드만으로도 추가적인 내원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나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정보 습득이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의료 소비자는 단순히 병원의 외양이나 이름만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운세상 피부과의 신환 내원동기를 살펴보면 1위는 소개, 2위는 브랜드명을 보고 찾아오는 경우이며, 브랜드로 인한 신환이 평균 20%를 상회한다고 고운세상 측은 설명한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안모씨(25, 여)는 최근 네트워크 병원인 A병원을 찾아가 제모 시술을 받았다. 인근에 다른 병원도 있었고 A병원이 특별히 제모 시술을 잘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왠지 A병원이 더 좋은 기계를 쓸 것 같고 인테리어가 깔끔해 보여 A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여대생 박모씨(26, 여) 역시 또 다른 네트워크 병원인 B병원을 찾아 여드름 치료를 받았다. 그녀는 서울 강북에 살고 있지만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 강남에 있는 B병원을 찾아갔다. 그녀의 집 부근에도 다른 병원이 많았지만 B병원이 왠지 여드름 치료를 잘 할 것 같고 브랜드가 있으니 뭐가 나아도 나을 거란 생각에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네트워크 병원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춤으로써 좀 더 높은 진료비를 책정할 수 있다. 치과 네트워크인 예치과에서는 소수의 예약환자에게 최고의 진료와 서비스를 펼친다는 컨셉 하에 지역 대비 최고 진료비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강북의 치과의원에서 금니를 할 경우 평균 20만원을 받고 강남의 다른 치과병원이 50만원 가량을 받는다면, 예치과는 90만원을 받는 것이다. 턱없이 높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가격이지만, 예치과 ‘브랜드’로 인해 내원환자들은 그 가격을 아무런 불만 없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홍보·관리비용 절감
네트워크 병원의 두 번째 장점은 다수가 모이고 중앙 조직이 여러 가지 업무를 관리함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는 점이다. 홍보·마케팅의 경우 배너광고, 잡지 광고 하나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일개 병원이 이를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다. 하지만 여러 병원이 그 비용을 분담하면 비용은 절감하면서 홍보 효과는 그대로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또한 개원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골치 아픈 사항들을 중앙에서 대신해주기 때문에 보다 편리하게 개원할 수 있음은 물론 선두 병원의 각종 진료 및 서비스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다.
공동구매에 따른 절감 효과도 있다. 한 네트워크 피부과의 경우 최근 2억원 상당의 레이저 기기를 구매하면서 20% 정도 할인된 금액에 살 수 있었으며, 시술에 필요한 약품 역시 대량구매에 따라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트워크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최소 20%에서 최고 50%까지 저렴하게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일부 네트워크는 중앙의 사무조직이 존재해 각 병원은 경영인력비용을 절감하고 보다 전문화된 경영관리를 받을 수 있다.
의료시장개방 대비책이 될 수도
마지막으로 이러한 네트워크 병원은 다가올 의료시장개방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책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의사는 의료시장개방을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지만, 네트워크에 소속되면 네트워크 차원의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대비가 가능하다.
특히 의료시장 개방 후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될 경우 네트워크 병원은 민간의료보험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병원의 인지도와 규모에 따라 보험사와의 교섭조건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돼 있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각 병원이 여러 민간의료보험사와 계약이 됐는지 안 됐는지에 따라 그 병원의 생존이 좌우되기도 한다.
투자액 vs 수익성
하지만 이와 같은 네트워크 병원의 다양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선뜻 이에 탑승하기에는 고심해야 할 면도 존재한다.
우선 네트워크 병원 가입에 따른 투자액(개원 자금과 로열티 등) 대비 수익성을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가입비, 보증금, 회비(또는 로열티) 등으로 상당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일부 네트워크 병원 회원들은 가입비와 월회비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데 비해 네트워크에서 해주는 일은 그다지 없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개원 초기에는 중앙에서 개원을 도와주고 브랜드 효과가 눈에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이 해주는 일이 그다지 없는데도 월회비로 꼬박꼬박 일정액이 나가면서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병원에 환자가 많고 매출액이 높아지면서 본원에 내는 로열티(매출액 대비 정률)가 많아질 경우 갈등이 커지게 된다.
이외에도 몇몇 네트워크 병원들은 진료 질 유지 및 이미지 개선 등을 위해 공동개원, 실 평수 몇십평 이상 등을 필수가입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초기 개원자금도 다소 높게 소요되는 편이다.
모두 다 잘될까?
또한 모든 네트워크 병원이 높은 이익을 남기는 것만은 아니다. 우선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의 타격이 가장 컸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9개 병원에서 6개 병원으로 몸집을 줄인 이지함피부과의 함익병 원장은 비보험과의 경우 수요층이 일정하기 때문에 경기가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확장을 고려치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의료는 경제의 종속변수입니다. 병원이라는 것, 특히 피부과 쪽은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고 해서 수요가 창출되지 않습니다. 국가경제가 잘 돌아가서 각각 개인들이 잉여자산을 갖게되면 그땐 사람들이 미용이나 피부에 신경을 쓰고 그 잉여소득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지, 우리가 열심히 한다고 사람들이 빚을 내서 수술하지는 않습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드림성모안과 역시 청담점과 강남점을 통합했다. 구태형 원장은 “이번에 병원 하나를 줄이면서 아무런 대안 없이 그저 수술환자를 늘리기 위해 병원을 늘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라며, 앞으로 당분간 병원을 확대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최악의 상황은 의료사고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한 병원의 실수로 전체 네트워크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한 병원이 불친절하거나 치료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 개별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체 네트워크 병원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이다. 특히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파장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병원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의료의 ‘질’ 관리이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병원에서 이를 위해 가입 조건을 규정하고 정기적인 세미나를 갖고 있지만, 의료분야의 특수성으로 인해 의료의 질 관리가 쉽지만은 않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동일한 시설과 시스템으로 동일한 제품이 나올 수 있지만 의료는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컨설팅전문기업 앨리오앤컴퍼니의 박개성 대표는 네트워크 병원의 관건은 바로 ‘질’ 유지라 말한다. 그는 “의료 질에 대한 검증 없이 친구나 선후배만으로 네트워크가 구성된다면 네트워크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의료사고’와 같은 위험은 더욱 증가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네트워크 병원이 살아남으려면 의료에 대한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주특기 없이 무작정 이 사업, 저 사업으로 확장을 꾀하다가 IMF 당시 직격탄을 맞았던 점을 떠올려야 한다. 덩치만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병원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 브랜드만으로 ‘아, 이 병원은 무엇을 잘 하는 병원’이라는 주특기가 떠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네트워크 병원에 가입할 때 과연 그 네트워크에서 평생을 할 것인지 숙고한 뒤 가입하라고 조언한다. “만약 네트워크 병원이 망한다면 그 자신도 휩쓸리게 된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까지 생각 않더라도 2∼3년 뒤 네트워크 병원을 탈퇴할 경우도 생각해둬야 한다. 만약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병원을 2년 동안 했다면 적어도 그 동네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병원에서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네트워크의 이름으로 일했기 때문에, 탈퇴 시 얻은 것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일단 증가세, 느슨한 형태 네트워크도
하지만 이러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데 힘입어 네트워크 병원은 꾸준히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성형외과, 피부과 등 비보험과 뿐 아니라 내과 등 보험과로도 확장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기존 병원들이 지역별로 연합하는 형태의 다소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네트워크 병원은 분명 브랜드 이미지 형성, 원가 절감, 공동 대응 등 다양한 매력을 갖췄지만, 이에 못지 않게 높은 가입비용과 의료사고 위험 등으로 선뜻 합류하기에는 다소 위험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만약 개원을 앞둔 의사라면, 그리고 네트워크 병원 가입을 고려 중이라면 여러 사항에 대해 숙고한 후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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