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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특별기고] 자보수가, 건보수가 일원화 주장 타당한가? 홍정룡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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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충훈
댓글 0건 조회 1,362회 작성일 0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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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룡(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동부제일병원 이사장)

지난 11월 4일 손해보험협회가 “손보업계는 병원의 과다비용 청구와 과잉진료, 무분별한 입원종용 등이 근절되고, 진료수가체계가 건강보험수가와 동일한 체계로 개선될 경우 연간 2,300억원의 보험금 누수를 방지, 3.1%의 보험료 인하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 일부 일간지에 “자동차보험환자 병의원 바가지”, “자보환자는 병원의 봉”이라는 기사가 게재되면서 의료계 일각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손보협의 이같은 행위는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고 전체 의료계의 명예를 훼손케 하는 악의적이고 상투적인 수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는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적정진료는 외면하고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추가로 인하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정확히 알고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95년 이전 개별 의료기관과 각각의 손보사간에는 자동차보험환자 요양기관계약제가 시행되어 왔고 의료수가 및 의료비 지급문제를 놓고 양자간 갈등이 있어 왔다. 이러한 갈등해소를 위해 95년 8월 건설교통부는 ‘자동차보험진료비는 복지부장관이 고시한 건강보험수가 체계에 준하되, 의료기관 종별가산율에 일정률을 가산 산정한다’는 내용의 의료수가 적용방침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 종별가산율은 당시의 일반수가 수준을 감안하여 종합전문요양기관은 160%, 종합병원은 109%, 병원 40%, 의원 30%를 건강보험종별가산율에 가산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건교부는 이듬해 9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건강보험의 수가계약제가 시행되면 수가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전제로 보험사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책임보험 보상한도액 확대를 명분으로 자동차보험 종별가산율의 인하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결국 자동차보험 종별가산율은 이후 두 차례의 인하조치에 이어 금년 10월 8일 추가 인하되면서 현재는 산재보험의 종별가산율과 동일하게 되어 건강보험 종별가산율에 비해 종합전문요양기관이 15%, 종합병원 12%, 병원은 1% 높은 수준에 불과하고, 의원의 경우는 가산율의 차이가 없어진 상태다. 따라서 자동차보험환자의 치료비가 8.5배 높다는 손보협회의 주장은 악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손보협회가 이같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다음날인 11월 5일 개최된 ‘자동차보험진료수가기준 개선방안에 대한 공청회’ 주제발표 주요 내용이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의 수가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추가적인 수가인하를 이루어 보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이날 공청회는 건설교통부로부터 연구자금을 지원 받은 연구자의 소속기관인 인제대학교, 한림대학교, 한국소비자보호원 주최로 개최됐으며,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어 의료계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연구진의 주관적 관점이 많이 반영된, 결국 손보업계의 이해에 부합하는 결과들만 발표된 것이다.

하지만 공청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도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연구진은 제도개선의 기본방향을 논하면서 EU 여러 선진국의 경우 자동차보험 환자나 자동차보험수가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건강보험과 일원화돼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이 일원화돼야 하며, 동일한 환자에 대하여 치료방법이 다르지 않으므로 수가를 달리 정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이들 선진국가들의 경우 사회보험의 역사가 길고 적어도 의료기관의 70%이상이 국가에 의하여 운영되며, 대체로 재원조달(보험료)이 조세방식에 의해 이루어지고 보험급여율이 80% 이상이므로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이원화시켜 수가를 적용할 이유와 실익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이 90%이상이고, 보험급여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수준인 53%로 이들 국가들과 사회, 문화적 발전과정 및 법제도와 의료시스템이 다른 저급여, 저수가, 저부담의 건강보험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은 건강관리의 일차적인 책임이 환자 자신에게 있는 반면에 자동차보험은 타인에 의해서 신체의 손상을 입게 되므로 적정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현재의 저급여 체계인 건강보험과 동일한 급여를 받게 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보험제도와 시스템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건강보험수가를 100으로 볼 때 산재보험에 20%를 가산한 수가를 자동차보험에 적용하는 수가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연구진은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고있지 않다. 따라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손보업계나 건설교통부 등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책임보험) 가입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일종의 사회보험으로 보아야 하며, 정부의 규제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사고손해보상법은 교통사고피해자인 환자의 완전한 구제목적 달성을 위해 자동차운전자에게 가입을 의무화 한 것이며, 사회보험과 달리 자동차보험의 운영주체가 영리조직(대부분이 주식회사)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수익성에 의해 지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동차보험은 사회보험적 성격이 강하지만 어디까지나 민간보험이다.

자동차보험 수가체계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겠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이 보장되고 이해 당사자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교통사고환자의 적정진료가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정책이 전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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