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칼 안 잡는 의사들] 열악한 근무환경 외과 계열 레지던트 하루 19시간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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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칼 안 잡는 의사들] 열악한 근무환경 외과 계열 레지던트 하루 19시간 일해
미국에서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는 길은 우리나라 이상으로 멀고 험하다. 일반외과 전문의를 딴 사람 중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를 새로 선발해 2~3년 더 교육·훈련해 흉부외과 전문의를 만든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가 없어 고민하는 일은 없다.
미국에서 20년 이상 흉부외과 의사를 하다 지난 7월 분당 서울대병원에 부임한 조중행 교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면 다른 의사들보다 소득도 높고, 존경도 받을 수 있으므로 비록 힘든 과정이지만 우수한 인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심장 관상동맥 수술비는 3만~4만달러(3600만~4800만원). 병원 내의 흉부외과 비중은 매우 크며, 의사도 그만큼 대우를 받는다. 반면 한국에서의 같은 수술비는 500만~600만원 선에 불과하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수술비를 당장 올릴 수는 없겠지만, 위중한 수술을 하는 전문의에게는 합당한 보상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Physicians Search社)이 2002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폐·심장 수술을 맡는 흉부외과 의사의 평균 연봉이 55만8000달러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신경외과·정형외과 순이었다. 방사선과 마취과 등 기초 분야 의사들의 소득도 높은 편이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은 중하위권이다. 이 단일 자료만으로 미국 의사 전체를 평가하긴 어렵지만, ‘목숨이 달린 진료’와 ‘병원에 필수적인 기초과목’ 의사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 3년차 한국남씨. 그의 일주일 총 근무시간은 약 130시간. 일주일 전체 168시간의 77%로 하루 평균 18.5시간씩 일하는 셈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주당 40시간)와 비교하면 근무시간이 3배 이상이다. 그에게 병원은 ‘직장’이자 ‘학교’이며 ‘집’이다. 그가 주치의로 맡은 환자는 현재 11명. 그가 처음 레지던트가 될 때만 해도 흉부외과 레지던트는 총 20명이었으나, 지금은 그때의 절반(10명)으로 줄었다. 수술 건수는 줄지 않았고, 환자수는 늘었다. 그가 거의 온종일 일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술업무가 필수인 외과계 레지던트 중 하루 평균 19시간(당직 제외) 이상 일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4명에 1명 꼴이었다.
당연히 국내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는 ‘3D’ 업종이다. 힘들고, 의료사고의 위험성은 어느 과보다 높지만, 월급은 별 차이가 없다. 레지던트 과정이 힘든 데다 장래까지 불투명해 지원자가 줄고, 그 때문에 2~3명이 하던 일을 혼자서 도맡아야 해 흉부외과 지원을 더욱 기피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병원들도 수입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흉부외과를 홀대하거나, 인력난 등의 핑계로 과 자체를 없애려는 곳까지 있다. 흉부외과 레지던트들은 “여자의 과거를 묻지 말고, 흉부외과 레지던트의 미래를 묻지 말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심(開心·Open Heart) 수술을 할 수 있는 종합병원은 35곳 정도. 전문병원까지 합쳐도 최대 50곳을 넘지 않는다. 현재 연간 심장 수술환자는 1만~1만5000여명. 식생활의 서구화, 비만인구의 증가 등으로 심장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소득 증가까지 고려하면 10~20년 후에는 최소 5만여명이 매년 심장수술을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흉부외과 레지던트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 수술에 필요한 전문의 배출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이다.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장 왕규창 교수는 “심장병이 생겨도 의사가 없어 6개월씩 기다린다는 말이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 곧 올 것”이라며 “부자들이야 외국으로라도 가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임형균기자 hyim@chosun.com )
미국에서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는 길은 우리나라 이상으로 멀고 험하다. 일반외과 전문의를 딴 사람 중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를 새로 선발해 2~3년 더 교육·훈련해 흉부외과 전문의를 만든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흉부외과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가 없어 고민하는 일은 없다.
미국에서 20년 이상 흉부외과 의사를 하다 지난 7월 분당 서울대병원에 부임한 조중행 교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면 다른 의사들보다 소득도 높고, 존경도 받을 수 있으므로 비록 힘든 과정이지만 우수한 인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심장 관상동맥 수술비는 3만~4만달러(3600만~4800만원). 병원 내의 흉부외과 비중은 매우 크며, 의사도 그만큼 대우를 받는다. 반면 한국에서의 같은 수술비는 500만~600만원 선에 불과하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수술비를 당장 올릴 수는 없겠지만, 위중한 수술을 하는 전문의에게는 합당한 보상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Physicians Search社)이 2002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폐·심장 수술을 맡는 흉부외과 의사의 평균 연봉이 55만8000달러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신경외과·정형외과 순이었다. 방사선과 마취과 등 기초 분야 의사들의 소득도 높은 편이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은 중하위권이다. 이 단일 자료만으로 미국 의사 전체를 평가하긴 어렵지만, ‘목숨이 달린 진료’와 ‘병원에 필수적인 기초과목’ 의사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 3년차 한국남씨. 그의 일주일 총 근무시간은 약 130시간. 일주일 전체 168시간의 77%로 하루 평균 18.5시간씩 일하는 셈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주당 40시간)와 비교하면 근무시간이 3배 이상이다. 그에게 병원은 ‘직장’이자 ‘학교’이며 ‘집’이다. 그가 주치의로 맡은 환자는 현재 11명. 그가 처음 레지던트가 될 때만 해도 흉부외과 레지던트는 총 20명이었으나, 지금은 그때의 절반(10명)으로 줄었다. 수술 건수는 줄지 않았고, 환자수는 늘었다. 그가 거의 온종일 일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술업무가 필수인 외과계 레지던트 중 하루 평균 19시간(당직 제외) 이상 일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4명에 1명 꼴이었다.
당연히 국내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 레지던트는 ‘3D’ 업종이다. 힘들고, 의료사고의 위험성은 어느 과보다 높지만, 월급은 별 차이가 없다. 레지던트 과정이 힘든 데다 장래까지 불투명해 지원자가 줄고, 그 때문에 2~3명이 하던 일을 혼자서 도맡아야 해 흉부외과 지원을 더욱 기피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병원들도 수입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흉부외과를 홀대하거나, 인력난 등의 핑계로 과 자체를 없애려는 곳까지 있다. 흉부외과 레지던트들은 “여자의 과거를 묻지 말고, 흉부외과 레지던트의 미래를 묻지 말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심(開心·Open Heart) 수술을 할 수 있는 종합병원은 35곳 정도. 전문병원까지 합쳐도 최대 50곳을 넘지 않는다. 현재 연간 심장 수술환자는 1만~1만5000여명. 식생활의 서구화, 비만인구의 증가 등으로 심장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소득 증가까지 고려하면 10~20년 후에는 최소 5만여명이 매년 심장수술을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흉부외과 레지던트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 수술에 필요한 전문의 배출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이다.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장 왕규창 교수는 “심장병이 생겨도 의사가 없어 6개월씩 기다린다는 말이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 곧 올 것”이라며 “부자들이야 외국으로라도 가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임형균기자 hy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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