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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자부하는 전문병원, 속은 '백화점'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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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충훈
댓글 0건 조회 2,647회 작성일 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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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자부하는 전문병원, 속은 '백화점' 진료
국내 최고수준 경쟁력...생존위해 영역 확대 갈등싹




▲ 척추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 전경
대학병원 안부러운 협진 시스템

최근 몇 년 전부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특성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부분 대학병원들이 암센터나 심장병센터, 심혈관센터, 당뇨병센터 등과 같은 센터를 최소 2~3개 운영중이며,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은 최근 대학병원급에서는 처음으로 척추전문병원을 개원하기에 이르렀다.

센터화의 핵심은 관련 진료과목 전문의간 협진이라는 고도의 통합 의료서비스를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협진시스템은 대형병원들이 시도하기 이전부터 이미 상당수 전문병원들이 시행해 오고 있다.

전문병원은 아직 국내에서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특정 전문과목 환자군을 진료하기 위해 개설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전체 환자 가운데 특정 질환자 비율이 50~60% 이상을 차지하는 병원을 의미한다.

현재 복지부는 전문병원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21개 의료기관을 선정해 시범사업에 들어갔으며, 향후 표준화된 진료와 대학병원에 버금가는 고난이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의료기관을 지정해 나갈 예정이다.

복지부 전문병원 시범사업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들은 의료의 질적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가.

심장병 전문병원인 부천 세종병원은 지난 82년 개원한 이래 연간 1천례 이상의 심장수술을 소화하고 있으며, 2004년에는 국내 최단기간 심장수술 2만례를 돌파했다.

여성전문병원인 미즈메디병원은 연간 분만건수가 4,000례에 달하고, 척추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은 척추·디스크수술만 한해 1만례 이상 시행하고 있다.

전문병원의 협진시스템은 최선의 진료방법을 선택하고, 표준화된 진료를 가능케 한 원천이다.

일례로 세종병원의 경우 소아과, 내과, 방사선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전체 전문의들이 매일 집담회를 열어 진단에서 검사, 수술, 수술후 치료 전과정을 공유하면서 치료방법을 결정하고 있다.

세종병원 박영관 이사장은 “전문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협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라면서 “우리 병원의 수술 성적이 세계 최정상급인 것은 특정 의사가 유명해서가 아니라 협진체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도, 병원도 윈-윈"

대학병원 못지 않게 전문병원들은 의료기술 향상을 위해 인적 및 기초의학 연구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대장질환 전문병원인 한솔병원의 이동근 원장은 “의료진에게 연간 1편 이상 SCI 논문을 발표하도록 독려하고, 5년 근속 전문의에 대해서는 1년간 장기연수를 보내 임상과 연구 분야의 경쟁력을 배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안과병원의 명곡안염구소, 베스티안병원의 피부재생연구소, 세종병원의 세종의학연구소, 황우석 박사와 함께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는 미즈메디병원의 의과학연구소 등은 이들 전문병원의 명성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 결과 세종병원은 국내 심장병원 ‘빅5’로 부상했고, 베스티안병원은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이송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또 우리들병원은 세계최소침습척추학회(ISMISS) 등 국제학회의 훈련센터 및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았고, 김안과병원, 미즈메디병원을 포함한 대부분 전문병원 역시 '국내 최강'이란 표현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2003년 전문병원 실태조사를 토대로 연구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전문병원은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익성을 증가시키며 무엇보다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함께 전문병원은 전체적으로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달성함으로써 직접적인 본인부담을 제외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모전문병원에 개설된 진료과목 표시
생존 위해 무분별한 진료영역 확대 '한계'

전문병원들이 전국구 병원의 입지를 구축할 정도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병원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전달체계상 병원급인 우리들병원은 올해 상반기 종합병원으로 승격하기 위해 진료과목을 늘렸다.

병원 관계자는 “척추 질환을 특화하기 위해 고가장비와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현 의료수가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현실적 대안은 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덩치를 키워 종별가산율을 5% 더 받는 것이란 설명이다.

비단 우리들병원 뿐만 아니라 상당수 전문병원들이 종별가산율을 높이고, 수련병원으로 지정 받기 위해 진료과목을 늘리는 백화점식 경영 유혹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특정 질환이나 전문과목 특화를 지향하는 전문병원의 왜곡된 현실은 비만, 미용성형, 대체의학 등 소위 ‘돈이 되는’ 비보험분야 진료를 확대하는 것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전문병원의 무분별한 진료영역 확대는 특화된 진료라는 새로운 의료환경 구축과 배치되며, 무엇보다 동네의원, 중소병원과의 경쟁을 유발해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전문병원이 한우물을 파면서 보다 경쟁력을 확보하고, 동네의원과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인 셈이다.




안창욱기자 dha826@mgnews.co.kr
기사등록수정 일시 : 2005-10-19 / 07: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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