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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공단일산병원, 개원 3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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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충훈
댓글 0건 조회 1,104회 작성일 03-08-02 00:00

본문

[커버스토리] 공단일산병원, 개원 3년을 말한다


임의비급여 및 비급여, 특진, 성과급제 등 확대 검토
‘수익’ 개선에 집중, 현실적 한계 드러나


지난 2000년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 2,265억원의 보험재정을 투자해 설립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원장 홍원표, 이하 공단일산병원)이 개원한 지 3년이 지났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개원가를 포함한 중?대형병원들이 불합리한 의료제도 하에서 줄곧 재정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이 병원 설립의 목적으로 애초에 제시했던 ‘건강보험 모델병원’, ‘공공의료 중심병원’의 성공 여부는 의료계와 국민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대상임에 틀림없다.

이에 개원 3년이 지난 공단일산병원의 중간 점검을 통해 공단일산병원이 초기 설립 목적과 방침에 따라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이를 통해 현행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반추해 본다.

개원 3년, 예상된 ‘적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단일산병원의 설립을 추진한 목적은 크게 다음 3가지였다.

첫째, 건강보험수가 기준평가와 표준 의료수준을 제시해 건강보험제도 발전을 위한 정책자료 산출. 둘째, 환자중심의 병원운영, 효율적 환자진료체계 구축을 통한 적정의료서비스 제공. 셋째, 의료협력체계 구축운영, 대민 의료활동 강화를 통한 공공의료기관 기능 및 역할 강화.

궁극적으로는 표준의료지침을 연구·개발하고 병원에 대한 원가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적정 의료수준 및 수가기준을 산출하고, 병원의 합리적인 경영 체계를 도출해 병원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해 낸다는 것이었다.

과연 개원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러한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한 순조로운 행보가 진행되고 있을까?

통상적으로 병원이 개원해 회계상의 수지가 안정되려면 대략 4~5년이 소요되며, 병원 정상화로 인한 경영수지도 최소 개원 5년이 지나야 어느 정도 성패(成敗)를 가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개원 3년을 맞이한 공단일산병원의 성공여부를 아직 속단해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최근 본지가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취재·분석한 결과, 개원 3년이 지난 공단일산병원의 중간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높은 삭감률, 늘어나는 비급여

<표1> 공단일산병원 개원 후 경영수익 내역 (단위 : 백만원)
구분 수입 지출 손익
계 운영수지 감가상각
2000년 41,074 64,360 -23,286 -12,576 10,700
2001년 79,395 88,962 -7,567 4,377 11,944
2002년 90,068 94,175 -4,107 8,603 12,710
2003년(1월~3월) 24,924 24,616 308 3,496 3,188

※ 2003. 1월 ~ 3월 실적은 가결산 기준


<표2> 진료비 청구 및 삭감 내역 (단위 : 천원, 건, %)
구분 청구액 삭감건수 삭감액 삭감율
2000년 23,497,778 22,650 472,077 2.01
2001년 50,145,346 47,565 1,526,376 3.04
2002년 55,153,401 41,162 1,292,622 2.34

※ 건강보험유형에 대한 삭감룰 (의료급여, 지보, 산재우형 제외)
※ 지급보류 및 심사방송건에 대한 삭감은 반영되지 않음


<표3> 진료비 수입 중 조합 및 본인부담금 내역 (단위 : 천원, %)
구분 총진료비 조합부담금 본인부담금
소계 급여 비급여
2000년 31,693,321
(100%) 15,353,657
(48.4%) 16,399,657
(51.6%) 8,533,600 8,006,057
2001년 65,334,102
(100%) 34,061,469
(52.1%) 31,272,633
(47.9%) 16,242,660 15,029,973
2002년 75,049,824
(100%) 38,357,641
(51.1%) 36,692,183
(48.9%) 16,493,684 20,198,499
2003년(1월~3월) 20,599,988
(100%) 10,540,042
(51.2%) 10,059,946
(48.8%) 4,537,569 5,522,377

※ 건강보험유형에 대한 현황
※ 비급여 : 식대, 상급병실료 차액, MRI 등 법정비급여


공단일산병원의 2000년도, 2001년도, 2002년도, 2003년도(1/4분기) 경영수익을 살펴보면, 먼저 2000년도에는 수입 410억7,400만원, 지출 643억6,000만원, 감가상각 107억원으로, 운영수지 -125억8,600만원을 포함해 총 232억8,600만원 적자를 보였다.<표1 참조>

2001년도에는 수입 793억9,500만원에 지출 869억6,200만원, 감가상각 119억4,440만원으로 운영수지 43억7,700만원을 포함하더라도 총수익은 75억6,7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2002년도에는 수입 900억6,800만원, 지출 941억7,500만원, 감가상각 127억1,000만원, 운영수지 86억300만원을 포함해 총 41억700만원의 적자를 보였다.

한편 공단일산병원의 진료비 청구액 삭감률은 2000년도 청구액 234억9,777만8,000원, 삼각액 4억7,207만7,000원으로 삭감은 2만2,650건, 삭감률은 2.01%다. 또 2001년도에는 청구액 501억4,534만6,000원에 삭감액 15억2,637만6,000원, 삭감은 4만7,565건으로 삭감률은 3.04%에 이르렀다.<표2 참조>

반면 2002년도는 청구액 551억5,340만1,000원에 삭감액 12억9,262만2,000원, 삭감은 4만1,162건으로 삭감률은 2.34%로 전년대비 0.7% 낮아진 수치를 기록했다. 점차 삭감률이 낮아지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종합병원 전국 평균 삭감률 1.93%(2002년 기준)보다는 높다.

또한 ‘비급여’ 진료수입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표3 참조>

2000년도 총 진료비는 316억9,332만1,000원으로 조합부담금은 153억5,366만4,000원, 본인부담금은 급여로 85억3,360만원, 비급여 80억605만7,000원이었다. 2001년도 총 진료비 653억3,410만2,000원 중 조합부담금 340억6,146만9,000원, 본인부담금은 급여로 162억4,266만원, 비급여는 이보다 적은 150억2,997만3,000원이었으나, 2002년도에는 총 진료비 750억4,982만4,000원 중 조합부담금 383억5,764만1,000원, 본인부담금은 급여가 164억9,368만4,000원, 비급여가 201억9,849만9,000원으로 비급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 중 공단일산병원의 인력구조 왜곡에 대한 지적에 대해 홍원표 병원장이 답변하고 있다.
무슨 일들을 했나?

한편 공단일산병원이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원 3년간 추진했던 주요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진료 환자 수는 개원 초기인 2000년도 입원 12만3,766명, 외래 31만1,246명으로 총 43만5,012명이었으며, 2001년도에는 입원 22만2,220명, 외래 52만6,743명으로 총 74만8,963명을 기록했다.

또 2002년도는 입원 23만7,465명, 외래 59만6,344명을 합쳐 총 83만3,809명이었으며, 올해 5월까지 입원 101,916명, 외래 26만6,517명으로 총 36만8,433명으로, 병원 측은 올해 총 진료환자 목표를 입원 25만2,945명, 외래 68만9,425명 등 총 94만2,37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공단일산병원이 개원 초기부터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수행을 위해 제시했던 사항은 개방병원 운영과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건강강좌, 무의촌 진료, 진료의뢰센터, 가정간호사업 등이다.

먼저 ‘개방병원’은 현재 13개 병원과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연간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2000년 155건(2000년 9월~12월), 2001년 782건, 2002년 943건, 2003년 5월까지 316건으로, 지금까지 총 2,196건을 기록하고 있다.

또 의료자원의 활용도 증가와 의료기관간 기능적 역할 분담을 위해 지난 2000년 9월부터 시행한 ‘진료의뢰센터’는 2000년 의뢰기관 407개 의뢰건수 1,001건, 2001년 의뢰기관 2,026개 의뢰건수 4,810건, 2002년 의뢰기관 2,725개 의뢰건수 4,668건, 2003년 5월까지 의뢰기관 1,084개 의뢰건수 1,806건이다.

한편, ‘가정간호사업’은 2000년 86건, 2001년 976건, 2002년 1,484건, 2003년 5월까지 905건을 기록, 지금까지 총 3,451건의 방문건수를 기록했다.

이외에 ‘무료건강강좌’는 2000년 113회, 2001년 181회, 2002년 199회, 올해 6월까지 95회로 지금까지 총 588회가 열렸으며, ‘무의촌 진료’의 경우 2001년 3회, 2002년 9회, 2003년 6월까지 5회로 총 17회 실시했다.

왜 적자 났나?

결과적으로, 개원 3년 동안 공단일산병원의 경영상태는 ‘적자’이다. 적자를 보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병원에 따르면, 초기 개원 지연과 의약분업, 의료계 파업 등의 영향으로 많은 적자 요인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미 공단일산병원의 개원 후 적자운영을 예상하고 있었다. 공단일산병원의 적자가 단순히 개원당시 의료계가 처한 의약분업, 의료계 파업 등의 외부적인 환경에 기인했다기보다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먼저 공단일산병원은 설립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산하기관으로서, 민간병원과 달리 공공의료를 실현하고 정부 주도하의 의료정책에 맞춰 운영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우선 진료에 있어 임의비급여 및 비급여 진료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타 병원이 임의비급여 또는 비급여를 통해 비현실적인 수가체계 하에서의 부족한 병원 수익을 일부분 보전 받는 반면, 공단일산병원의 경우 정부의 공공의료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비현실적인 보험수가기준에 따른 진료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고스란히 보험청구 삭감으로 이어져 초기 공단일산병원의 적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공단일산병원의 한 봉직의는 "내과에서 항생제를 쓸 경우, 의사가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지켜본 결과 10일을 처방해야 하는데 현 보험심사기준은 1주일만 인정한다고 가정하면, 어쩔 수 없이 3일분에 대한 삭감을 뻔히 알면서도 의사입장에서 적정진료를 위해 청구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우 1주일은 보험을 주고 3일은 환자에게 100% 부담시켜서 처방하고 싶은 유혹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예를 들어 항생제 사용과 관련해서도 민간병원들은 삭감 당할 것을 미리 예상해 환자 부담을 시키거나 청구를 아예 안 하거나 아니면 환자부담금만 받아 삭감을 피해가지만, 공단일산병원은 병원자체가 공공의료기관이기 때문에 민간병원과 달리 현실적으로 현 의료제도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병원의 보험급여 삭감률은 높고 병원의 손실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여기에 병원 수입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병상’도 영향을 끼쳤다. 공단일산병원은 개원 초기 환자의 의료서비스 질 차원에서 간호단위당 병상 수를 줄여 각각의 환자진료에 보다 많은 시간을 제공하고, 환자로 하여금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치료효과의 극대화를 도모하고자 타 병원의 6인실과 달리 4인실을 기준병상으로 정했다.

하지만 공단일산병원의 병원 경영분석 결과 기준병상인 4인실로 인해 생기는 손실이 적자요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현재 공단일산병원의 일반병상은 총 665병상으로 이중 4인실이 528병상으로 전체 병상수의 79.4%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병실인 4인실~6인실이 전체병상수의 87%인 반면에 특실과 1인실, 2인실, 3인실 등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는 상급병실은 총 85병상으로 13%에 불과하다. 이는 타 병원의 상급병실 점유율 35%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또한 대학병원들의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택진료(특진) 역시 공단일산병원의 적자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현재 공단일산병원 전체의사 116명 중 선택진료를 볼 수 있는 의사는 23명. 특히 내과의 경우 전체의사 20명 중 특진의사는 단 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선택진료 기준이 대학병원의 경우 통상 전문의 취득 후 7년이 소요되는 조교수 이상이면 가능하지만, 대학병원이 아닌 공단일산병원의 경우 전문의 취득 후 10년이 지나야 특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와 시설 투자 면에서는 대학병원 규모이지만, 상대적으로 병원 수익 구조는 열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 병원과 차별성 줄어

공단일산병원이 적자를 기록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원칙적인 운영으로 적자가 발생한다면 그것이 곧 현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반증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분석하여 의료제도 개선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단일산병원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보통의 민간병원들을 닮아가고 있다.

올해 1/4분기까지 공단일산병원의 수입 및 지출에 대한 가결산 결과, 수입 249억2,400만원에 지출 246억1,600만원, 운영수지 34억9,600만원으로 감가상각 31억8,800만원을 포함하더라도 3억8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수치는 외견상 공단일산병원의 적자폭이 점차 줄어들어, 병원 경영이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단일산병원의 적자폭이 점차 감소하고 이유는 왜일까? 공단일산병원의 한 관계자는 개원 초기 저조했던 병실가동율이 2001년 84.4% 2002년 89% 등으로 점차 높아졌으며, 여기에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적자폭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단일산병원의 한 의사는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입원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이러한 이유로 적자폭이 대폭 줄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병원 자체적으로 경영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실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료 의사들에게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정확한 시점은 언젠지 모르겠지만 임의비급여와 비급여 진료도 조금씩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런 것들이 현실적으로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사는 "최근 들어 수술 시 임의비급여 진료가 필요하다고 보여질 때 위원회 평가를 통해 임의비급여 진료행위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여기에 비급여 진료도 열기 시작했다. 또한 새로 충원되는 의료진도 점차 특진이 가능한 의사들이 오고 있다"며 "병원 운영 적자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독자생존을 위해 병원 내부적으로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임의비급여 및 비급여 진료, 특진 등을 점차 확대해 나가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아직도 공단일산병원이 망하기를 바라는 (외부의) 의사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여기 있는 의사들도 나름대로 표준화, 모델병원처럼 병원이 운영된다면 보람도 느낄 것 같은데, 그런 걸 위한 정부의 지원은 없고, 결국 이 병원도 하나의 민간병원처럼 적자를 어떻게 안 낼 것인가에 혈안이 되어 있고, 비급여를 어떻게 확대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러한 실정에서 비급여 또는 임의비급여 진료행위가 과거보다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병원조차도 안 되는데…"

더욱이 "최근 들어 병원 운영진들이 병원 수익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성과급제도 거론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근무하는 봉직의들에게는 성과급제가 활력소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그에 대한 스트레스로 병원에 대한 불만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적정의료서비스 제공과 공공의료기관 기능과 역할 강화라는 초기 공단일산병원의 설립 목적은 개원 3년이 지난 현 상황에서 독자생존을 위해 임의비급여와 비급여 진료 등을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민간병원과의 차별성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환자 의료서비스의 질 차원에서도 공단일산병원과 일반병원의 차이는 그다지 유의해 보이지 않는다. ‘5분 이상 환자 진료가 가능한가’를 묻자 한 의사는 "설명이 더 필요하면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러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동안 5분씩 진료하면 총 36명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나만해도 50~60명 가량을 보고 있다. 사실 진료의 질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며 "내가 지금 50명의 환자를 봐도 적자인데, 제대로 진료하기 위해 30명만 본다면 적자폭은 2배로 늘 것이다. 이 병원조차도 안 되는데, 현행 수가체계에서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처음 공단일산병원을 설립하면서 표방했던 적정진료, 적정수가 이런 것들이 절대 지켜질 수 없다"며 "수가가 바뀌어야하고, 환자가 돈을 더 내야된다. 또한 환자부담금도 더 내고, 의료보험도 더 내고 해서 높은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관리는 ‘뒷전’, 책임만 ‘전가’

한편, 공단일산병원이 초기 설립 목적의 방향성이 점차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공단일산병원의 관리를 담당해야 할 공단과 복지부의 무관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선, 공단일산병원은 공단의 산하기관으로 출발했다. 따라서 공단은 병원의 설립과 동시에 그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병원의 초기 목적과 부합돼 운영될 수 있도록 중간 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공단에서 병원을 담당하는 인력은 기획조정본부 행정관리부의 총 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기에 개원 초기부터 상주해 있던 파견 인력도 올해 3월 공단으로 복귀한 상태다.

공단과 병원과의 관계에 대해 공단의 한 관계자는 "개원 초기부터 공단일산병원은 자체적으로 운영돼 왔으며, 병원 운영에 있어 재정권이나 인사권도 병원에 다 넘겨줬다. 여기에 제반규정, 인사, 보수, 직제, 회계 등이 공단과 별개로 되어 있다"며 "인건비, 재료대, 장비구입과 관련된 병원 예산 편성과 규정 개정 등 일부 행정적인 부분만 공단이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병원이 적자가 나게 되면 병원장한테 1차적인 책임이 있고, 병원장에 대한 책임은 공단 이사장이 지게 된다"며 "최종결과에 대한 책임은 공단 이사장한테 있지만, 개원 초기부터 우리가 ‘책임경영’이라고 해서 모든 경영권을 병원장한테 줬으며,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건 병원장이다"라고 강조했다.

공단 관계자에 말 대로라면, 공단일산병원은 병원장의 소신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야 하며, 병원 임원진에 대한 인사권도 병원장이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병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병원장에 대한 인사권이 공단에 있는 상황에서 상당부분 공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공단일산병원의 응급실 간호사 충원에 대해 공단이 이를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 이유는 공단에 보고를 하지 않고 병원 자체적으로 인력 충원을 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수익만 강조하는 복지부와 공단

병원의 한 관계자는 "기획조정실장, 관리부원장 등 병원의 주요 임원진에 대한 인사권은 병원장이 공단에 추천할 수는 있지만, 결국 공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병원장 입장에서 제대로 된 인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공단이 병원장 인사권을 가질 것이 아니라, 병원 내부에서의 직선제를 통해 선출돼야 소신 있는 병원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공단일산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공단이나 복지부는 병원 수익만을 강조하고 있고, 공단일산병원의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라며 "병원 입장에서도 공공의료 실천에 앞서 여타 민간병원처럼 병원 수익에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이러다 보면 민간병원과의 차별성은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단은 공단일산병원에 대한 ‘감사권’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공단일산병원이 본연의 설립 목적에 맞는 병원 운영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공단이 감시·관리해야 함은 물론, 만약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려 초기 설립 목적에 부합돼 운영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감사에는 그 한계성이 엿보인다. 우선 일반 공무원 조직인 공단과 병원은 시스템상의 현저한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로 인해 공단이 공단일산병원에 실시하고 있는 감사는 현실적으로 병원 및 의사의 의료행위와 같은 전문적인 부분은 배제된 채 일반 행정파트에 국한돼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즉, 공단일산병원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임의비급여 및 비급여 진료행위를 해왔거나, 아니면 향후에 이를 실시하더라도 공단이 이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공단이 공단일산병원의 운영 상황을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평가해 복지부에 올리는 보고 또한 피상적인 내용에 국한될 소지가 남아 있다.

복지부, "정상 운영중으로 안다"

복지부 보험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운영을 통해 브랜드 값이 올라가면서 환자가 늘어나 수지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기적으로 그러한 보고를 받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공단 및 병원 측과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면, 공단일산병원이 설립 목적에 맞는 원칙과 방침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산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만 밝혔다.

또한 공단일산병원이 최근 비급여 및 임의비급여 진료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런 보고는 받은 바 없다"라며 "공단일산병원이 보험자 병원인 만큼 비급여 또는 임의비급여를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해 늘려나가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 분명 시정조치를 내렸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부분에 대해 전혀 보고 받은 바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해보지 않았고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복지부의 말 대로라면, 공단일산병원이 정상적인 진료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임의비급여, 비급여 진료를 행하면서도 수지균형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다는 것인데, 단순히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연 공단일산병원이 재정적인 안정을 찾아가는 이유가 단순히 환자 수의 증가 때문인지, 아니면 여타 민간병원처럼 임의비급여, 비급여 진료행위를 통한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이제는 공단과 복지부가 개원 3년을 맞이해 한번쯤 중간점검을 해야 할 때이다.

만약에라도 공단일산병원의 재정상황이 임의비급여, 비급여, 선택진료 등 현재 민간병원들이 행하고 있는 방법에 의해 개선되고 있는 것이라면, 향후 공단일산병원을 통해 산출된 모든 데이터의 신빙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이는 공단일산병원이 건강보험 모델병원, 공공의료 중심병원의 설립 목적과는 무관한, 일반 민간병원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일개 병원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공단 모두 공단일산병원의 경영실태에 대한 지도 감독의 권한을 가진 상위 기관으로서 본연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난 또한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단일산병원, 남은 과제는?

공단일산병원의 운영을 통해 의료보험수가를 비롯한 병원경영에 관한 각종 자료를 얻어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수가체계와 투명한 병원경영을 이끌어 내기 위한 연구분야 중 하나가 바로 ‘원가분석시스템’이다.

원가분석시스템은 지난 2001년 9월부터 오는 2004년 8월까지 총 2단계에 걸쳐 부문별(진료과별, 진료지원과별, 센터별, 클리닉별, 검사실 등), 의사별, 의료행위별, 상병별, 환자별 원가분석을 실시하게 된다. 오는 2004년 8월이면 그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데, 무엇보다 민간병원과 차별성이 점차 희석되고 있는 공단일산병원의 원가분석시스템 연구 결과에 의료계의 현실이 얼마나 고스란히 담겨져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향후 병원을 통해 산출될 데이터에 대한 연구와 관련해 공단 관계자는 "정책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지, 아닐지는 여러 연구검토가 있어야하지만, 아직 연구검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시 상기하지만, 공단일산병원은 공단과 복지부가 의료보험 모델병원으로서 의료보험수가의 적정성 평가와 진료행위에 대한 표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설립된 병원이었다.

하지만 현행 수가체계와 환자 중심의 병원 운영을 충실히 수행했던 공단일산병원마저 개원 3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고, 수익구조 개선에 노력하고 있는 지금, 그 원인이 의사와 병원을 포함한 의료계의 잘못이 아니라 현행 보험수가의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을 이제는 정부가 명확히 인정함과 동시에 현실적인 보험수가기준과 함께 경영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의료계에 요구되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희석 기자 leehan21@ |+ 목록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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