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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한의대 신설, 거짓말하는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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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충훈
댓글 0건 조회 3,098회 작성일 03-06-23 00:00

본문

국립대 한의대 신설, 거짓말하는 복지부


불허 → 공주대 → 서울대, 2년 동안 갈팡질팡
교육부와도 갈등, 서울대는 신청도 안 해



국립대에 한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복지부의 입장 표명과 관련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립대에 한의과대학을 신설하는 것 자체에 대한 논란에 더해, 복지부가 기존의 입장을 뒤엎고 ‘서울대학교’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 교육부가 유감을 표시하는 등 정부 부처간의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한편, 본지가 한나라당 이재선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료에는, 복지부가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얼마나 원칙 없이 갈팡질팡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나 있어, ‘무원칙 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듯하다. 또한 최근 복지부가 ‘서울대학교가 아니면 한의과대학 신설이 필요 없다’는 주장과 함께 내세우고 있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서울대 외의 국립대학에 한의과대학을 신설하는 것을 검토해 보지 않았다’는 주장도 완전한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 8월에 작성된 복지부 공문에는 분명히 ‘공주대학교’에 국립한의과대학을 신설하는 방안이 명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3면 표 참조>

국립대 한의과대학 설치가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한의사협회는 ‘전통의학인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독립한의약법을 제정하고 국립대에 한의과대학을 설치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었다. 하지만 한의학계가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하는 이 방안은 몇 년 동안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한 채로 남아 있었다. 복지부는 2001년 3월까지만 해도 ‘한의학과 입학정원 동결’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한의과대학의 증원 요청과 일부 국립대학의 신설 요청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2001년 6월 복지부에 의견을 조회했는데, 당시 복지부는 ‘과잉 공급이 우려’되므로 정원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국립한의과대학을 공주대학교에 신설할 것을 요망했었다.

복지부와 교육부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다. 교육부는 5개월만에 복지부가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고, 특정 대학교를 지정한 복지부의 처사를 ‘월권’으로 비난하기까지 했었다.

이후 무려 9개 국립대학이 한의과대학 신설을 희망하자, 교육부는 ‘3개교 신설’을 주장하며 복지부에 재차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 대해 복지부는 1년이 넘도록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고, 교육부도 특별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단지 의료계와 한의학계가 서로 공방을 벌였을 뿐이었다.

논란이 갑자기 재연된 것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다. 복지부 김화중 장관이 2003년 4월에 ‘국립한의과대학 설치 계획’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사전에 아무런 정책 조율이 없었던 교육부는 16개월 전에 보냈던 것과 같은 내용(3개 국립대학에 한의과대학 신설)의 공문을 다시 복지부에 보냈으며, 이에 대해 복지부가 ‘반드시 서울대학교에 설치해야 한다’고 처음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김화중 장관도 취임 직후에는 ‘서울대학교에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던 것과 달리, 지난 5월에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학교’를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입장이 바뀐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대 말고는 필요 없다”

지난 4월 14일 국회 업무보고 때까지만 해도 한의학을 한국의학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국립대학에 한의과대학을 설치하겠다고만 밝혔지 ‘서울대’를 지명하지 않았던 복지부가 공식석상에서 서울대 한의과대학 설치를 주장하고 나서자, 한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해 온 지방 국립대들과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한방 주치의가 임명됐고, 한의약육성법 제정, 국립한의과대학 설치, 국립의료원을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 개편하여 국립한방병원 건립 등의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선 의원이 보건복지위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현재 복지부와 한의계에서는 “서울대가 아닌 다른 국립대학에 한의과대학이 신설되는 것은 한의사 수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이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서울대에 한의학과가 설치돼야 한의학이 세계 최고의 학문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지부 한방의료담당관실 김유겸 과장은 “한의약육성법이 제정된다고 해도 서울대가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다”며 “지금까지 복지부는 단 한번도 서울대 이외의 국립대학교에 한의학과 신설을 검토해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또 “국립대 가운데 최고인 서울대에 그동안 한의학과가 없었다는 것이 잘못된 것 아니냐”며, “복지부가 서울대에 한의학과 신설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 또한 “서울대가 아닌 다른 국립대학에 한의과대학이 신설되는 것은 한의사 수만 늘리는 것 뿐”이라며 “한의학의 세계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서울대에 한의과대학이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한의학이 한국의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기능이 보다 강화되어야 하는데 한국적 정서를 고려한다면 국립가운데에서도 가장 최고로 손꼽히는 서울대에 한의과 대학을 설치해야 제대로 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복지부, 2년만에 말 바꾸다

그러나 본지가 한나라당 이재선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6월 교육인적자원부가 ‘국립대인 공주대와 순천대의 한의학과 신설 및 7개 사립한의과 대학의 증원 신청’과 관련해 관련부처인 복지부에 의사수급 전망을 요청한 것에 대해, 복지부는 서울대가 아닌 공주대가 국립한의대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교육부에 회신한 바 있다.

이재선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복지부는 회신에서 “한의사 인력수급은 의사 인력수급을 참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2000년 12월 현재 한의사 수는 1만1,392명으로 매년 11개 대학에서 750여명이 배출되어 2010년에는 지금의 2배 이상이 되는 약 2만 명 이상의 한의사 인력이 배출되므로 한의사 수요를 필요로 하는 특별한 제도나 사회적 여건의 변화가 없는 한 신규 소요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기 때문에 한의대 정원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현재의 수준으로도 과잉 공급이 우려되지만 세계 최고의 한의과대학 설치·육성 차원에서 국립한의과 대학을 신설한다면 2002년도에 공주대학교에 신설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이러한 입장도 불과 5개월만에 바뀐 것이었다. 복지부는 2001년 3월 8일 ‘2002학년도 한의학과 입학정원 동결’이라는 결정을 내렸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한의학과 입학정원 동결 통보 이후, 복지부가 공주대에 한의학과를 신설을 통해 40명을 증원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보건의료인력의 입학정원 정책 기본방향이 5개월만에 변경된 것으로 교육부의 대학입학 정원 조정관련 업무처리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하며, “복지부가 한의사 인력의 전체적인 수급 전망에 근거한 포괄적인 증원여부를 통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대학교를 지정하여 신설여부를 회신한 것은 각 부처의 업무분장을 규정한 정부조직법의 취지에 비춰 볼 때 적절하지 않은 처사”라며 불쾌감을 표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01년에는 월권행위까지 하면서 국립한의대로 ‘공주대’를 지정해 교육부와 갈등을 빚었던 복지부가 정권이 바뀐 이후 갑자기 이를 번복하고 ‘서울대’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특히 김화중 장관도 취임 직후인 3월에는 서울대에 한의과대학을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5월에는 ‘서울대에 한의과대학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다.

9개 국립대학이 신청, 정작 서울대는 ‘반대’

더욱 놀라운 것은 이처럼 입장을 바꾼 복지부의 실무 담당자가 하고 있는 거짓말이다. 2001년 8월 공주대를 국립한의과 대학으로 신설해 줄 것을 요청했던 실무 담당자인 한방의료담당관실 김유겸 과장은 기자에게 “지금까지 복지부는 단 한번도 서울대 이외의 국립대학교에 한의학과 신설을 검토해 보지 않았다”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했다. 그는 또 “서울대 이외의 다른 국립대에 한의학과를 신설하면 국립대학들 사이에 엄청난 분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교육부는 공주대에 국립한의대를 설치하자는 지난 2001년 8월 복지부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국 국립대에 공문을 보내 한의과대학 신설 희망 여부를 물었었다.

그 결과 2001년 9월까지 한의학과를 설치하겠다고 제안서를 제출한 국립대학은 공주대, 안동대, 창원대, 강릉대, 강원대, 경상대, 목포대, 부경대, 순천대 등 9개 대학이며, 현재까지 한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려 하고 있는 대학은 충남대, 경북대, 전북대 등 3개 대학에 이르고 있다. 이는 너도나도 대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한의학과 유치에 열을 올린 결과이다.

그러나 우스운 것은 복지부나 한의계가 한의과대학을 신설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서울대의 경우 전혀 한의과대학 설치를 신청한 바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최근까지도 의과대학이 전문대학원 체제로 갈 수 있다는 이유로 한의과대학 신설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의약육성법은 국회 계류중

한편, 2002년 6월 25일 민주당 김성순 의원이 발의해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돼 있는 ‘한의약육성등에관한법률안’에 따르면 한의학에 대한 특성과 장점을 특화하는 한편 부정적인 요소가 보완될 수 있도록 관리·육성하여 한의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한의약 육성·관리의 기본 방향을 정하고, 한의약의 우수한 특성이 계승 발전될 수 있도록 수치·통계적 방법에 의해 한의약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의료업, 제약업 등 한방의료 및 한약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자는 한의약연구개발준비금을 적립하여 한의약기술 연구개발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조세특례제한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세제상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복지부장관은 한의학 이론을 이용한 특정난치성질환의 치료기술과 한방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토록 하고, 한의약연구의 환경조성과 이를 통한 한의약 기술의 연구개발, 공동연구 등을 촉진시키기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한의약연구시설을 우선적으로 마련하도록 했다.

더욱이 복지부장관에게 한의약연구원을 설립·운영토록 하는 한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한의약연구의 국제공동연구 사업에 대한 지원을 강구토록 하고 있다.



즉, 한의약육성법에 따르면 국립한의과 대학의 신설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복지부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굳이 서울대에 한의과대학을 신설하지 않아도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대통령 한방 주치의도 나서?

이런 논란의 와중에 대통령 한방 주치의도 서울대 한의과대학 설치를 강력하게 주장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초의 대통령 한방 주치의로 임명된 경희대 한의대 신현대 교수는 지난 12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방 의사들 가운데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의사들일수록 한의학을 의학으로 보지도 않고 비과학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그것밖에 모르는 것과 자신이 모르는 것은 무시하며 엉터리로 보는 풍토 때문”이라며 “양·한방 양쪽 모두 서로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 교수는 “양방에서는 한방이 재현성이 없고 근거중심 의학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한의학의 비과학성을 들추지만 서양의학은 수치와 규격화에 기반을 둔 반면 한의학은 동양 철학에 바탕을 둔 도학이며 통계적 처리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대에 한의과대학을 세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국 11개 대학에 한의과대학이 있지만 모두 사립대학들뿐이라며, 양방 의대 교수들의 거센 반발로 국립대학교에 한의대를 세우는 문제가 오리무중이지만 지방 국립대가 아니라 국립대의 상징으로 돼 있는 서울대에 반드시 한의대를 설치해야 국가 차원에서 한의학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국립대에 한의대를 만드는 것에 대해 의사 집단 외에는 거부감을 느낄 국민이 없을 것”이라며 “의사들도 힘의 논리가 아닌 참여의 논리로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의료일원화’로 맞불

그러나 의료계는 복지부와 한의계가 국립대학에 한의과대학을 설치하려는 것에 대해 상당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을 비롯한 의학회, 의학교육협의회, 의과대학장협의회, 의학교육학회, 기초의학협의회는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국립대에 한의과대학이 신설되는 것은 의료이원화에 따른 제도적 모순을 심화, 고착시켜 국민 의료이용의 혼란과 불편, 국민의료비 증가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국립한의과대학의 설립은 우리 정부가 취해 온 의료일원화 정책 방향을 일거에 뒤집는 폭거적 사태로서 의료계와 한의계간의 잠재된 갈등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주장하고 있는 의료일원화에 대한 복지부와 한의계의 생각은 다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일원화라는 말 자체는 의료계가 한의학을 없애버리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논리일 뿐”이라며 “의료일원화란 실체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김화중 장관은 지난 4월 7일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일원화에 대한 장관의 견해를 묻는 질문에 “한의사들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럴 경우 한의학의 정체성이 점차 엷어지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의료일원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우선 한의학의 정체성이 확실히 정립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립한의대 설치는 별개”

이밖에도 의료계는 국립한의과 대학 설치와 관련,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의 75%가 의대 강의 내용과 유사하며, 진료에 있어서도 방사선, 초음파, 심전도 등의 양방 의료기기의 사용과 양·한방 협진이 계속되는 추세여서 의사와 한의사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한의학의 세계화 및 과학화를 위해서라도 궁극적으로 의료일원화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한의학 육성은 국립한의대 설치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예산, 인력, 비전이 함께 제시되고 관련 과학계와 단체 및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모아질 때에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정부가 내세운 세계 최고 수준의 한의학은 결국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사립한의과 대학을 육성하여 한의학의 과학화를 시도하는 것이 국제화시대의 정도이며 순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립으로 설립하면 한의학이 발전하고 사립에 지원하면 발전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발상은 그동안 사립대학을 발전시켜 온 사학재단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참여정부의 기본 이념과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의학과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의료일원화의 길을 막는 국립한의과대학 신설보다는 당초의 공약과 같이 국립대학에 의학·한의학 협동 대학원 과정을 설치하여 의료일원화의 기반을 조성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또한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양·한방 협진을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병원·종합병원에 한의과를 설치하고, 한방병원에 내과, 소아과 등 의과 진료과목을 설치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의학자와 한의학자가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국립의학연구소를 설립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사회적 공감대 부족”

한편, 교육부는 국립한의대 설립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01년 당시에서도 밝힌 것처럼 신청 대학들의 과열경쟁을 우려하여 올해 학교 선정을 검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고, 일부 대학들의 신청을 반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의 우려하고 있는 국립대들의 과열경쟁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충북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충북대는 한의학과 설립과 관련, 교수들을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데, 충북의대 교수들은 ‘충북대학교 교수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학과를 새로이 개설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지만 충북대는 단지 의견수렴 결과를 도출하는 데 10일밖에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양·한방과 같이 뿌리 깊은 갈등과 논란이 있는 학과를 신설하는 문제에 대해 교수들에게 여론 수렴용 메일을 보내왔다”며 “대학본부의 구상이 얼마나 즉흥적인지 알 수 있으며, 업무 추진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질책했다.

특히 충북의대 교수들은 “단순히 인기학과 개설이라는 당근에 미혹되어 한의학과 신설의 유혹에 빠진 대학본부에서는 도대체 이 문제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후유증에 대해 단편적 지식이나마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립의대 교수들과 대학본부간의 갈등은 정부가 국립한의대를 설치하려고 할 경우 모든 국립대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상황은 주무부처인 교육부를 제쳐놓고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국립한의과대학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지만, 참여정부가 일련의 ‘친 한의학 정책’들을 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후 더욱 거센 논란으로 확대될 개연성도 있다. 정부는 원칙 없는 즉흥적 행정을 멈추고, 의료일원화 및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장기적이고도 총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유지영 기자 molly97@ |+ 목록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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