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가짜의사'가 메스 잡는다…의료사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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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의사'가 메스 잡는다…의료사고 우려
무면허 의료시술자인 속칭 ‘오다리’가 지방 중소병원에서 공공연하게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오다리는 의사의 지시(order)를 받아 의료행위를 벌이는 비의료인을 일컫는 의료계의 은어. 병원에서 오래 근무해온 보조원이나 남자 직원들이 곁눈질로 의술을 배운 뒤 의사와 함께 직접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의사인력이 크게 부족해지자 병원들이 이들을 암묵적으로 고용해 수술 등 전문적인 의료행위에까지 가담시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업계는 오다리의 수가 전국적으로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의사 수급난을 겪고 있는 지방 중소병원 상당수가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에서 오다리를 1∼3명씩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중요한 수술 준비는 물론 지혈 및 봉합, 심지어 부러진 뼈 맞추기 등 전문적인 수술행위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포천군 A병원 정형외과에 고용된 오다리의 경우 의사가 무색할 정도로 수술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 병원이 이달 초 시술한 인공 무릎 관절 대치수술(무릎 관절을 인공 보조물로 대치하는 수술)에서 오다리는 수술 전 소독, 자세교정 등 준비작업은 물론 수술과정에서 짼 부위 벌리기, 지혈 등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수술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교체 부위 아래쪽의 다리를 잡고 뼈를 맞추는 일과 수술 후 봉합까지 이 오다리가 수행했다.
이 수술에 참여했던 한 의사(수련의)는 “10년 경력의 이 오다리는 솜씨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며 “집도의가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오다리가 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B병원 정형외과에 고용된 한 오다리는 “부러진 다리뼈를 맞출 때 부러진 부위를 잡고 있거나 외과 수술시 지혈, 수술도구를 건네주는 일까지 하고 있다”며 “석고붕대로 깁스를 하거나 마취환자의 요도에 소변을 배출하기 위한 관을 꽂는 일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오다리는 간호조무사 자격을 갖고 있지만 이들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도 불법.
간호조무사의 경우 의료인(의사 간호사)을 보조하는 단순업무만 맡도록 되어 있어 수술의 경우 전등 조절, 바닥 청소, 환자 옮기기 등만 할 수 있다.
오다리가 외과 계통에 급속히 확산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외과 의사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의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면서 지방 중소병원들이 인력난을 겪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현실도 큰 원인이 되고 있다.
2003년 전국 레지던트 선발시험 결과 흉부외과는 70명 정원에 39명이 뽑혀 정원확보율이 55.7%에 그쳤고 일반외과도 86.8%에 불과했다. 피부과 안과 등 이른바 인기과들이 정원을 확보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 더구나 외과 레지던트 중 대부분은 지방병원 근무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다리의 인건비가 월 150만∼200만원으로 의사에 비해 훨씬 적다는 점도 오다리 고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 신모씨는 “의사 인력이 부족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 병원이 방사선과 촬영기사, 구급차 기사, 원무과 직원 등을 교육해 오다리로 고용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전국적으로 500여명의 오다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무면허 의료시술자인 속칭 ‘오다리’가 지방 중소병원에서 공공연하게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오다리는 의사의 지시(order)를 받아 의료행위를 벌이는 비의료인을 일컫는 의료계의 은어. 병원에서 오래 근무해온 보조원이나 남자 직원들이 곁눈질로 의술을 배운 뒤 의사와 함께 직접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의사인력이 크게 부족해지자 병원들이 이들을 암묵적으로 고용해 수술 등 전문적인 의료행위에까지 가담시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업계는 오다리의 수가 전국적으로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의사 수급난을 겪고 있는 지방 중소병원 상당수가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에서 오다리를 1∼3명씩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중요한 수술 준비는 물론 지혈 및 봉합, 심지어 부러진 뼈 맞추기 등 전문적인 수술행위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포천군 A병원 정형외과에 고용된 오다리의 경우 의사가 무색할 정도로 수술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 병원이 이달 초 시술한 인공 무릎 관절 대치수술(무릎 관절을 인공 보조물로 대치하는 수술)에서 오다리는 수술 전 소독, 자세교정 등 준비작업은 물론 수술과정에서 짼 부위 벌리기, 지혈 등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수술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교체 부위 아래쪽의 다리를 잡고 뼈를 맞추는 일과 수술 후 봉합까지 이 오다리가 수행했다.
이 수술에 참여했던 한 의사(수련의)는 “10년 경력의 이 오다리는 솜씨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며 “집도의가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오다리가 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B병원 정형외과에 고용된 한 오다리는 “부러진 다리뼈를 맞출 때 부러진 부위를 잡고 있거나 외과 수술시 지혈, 수술도구를 건네주는 일까지 하고 있다”며 “석고붕대로 깁스를 하거나 마취환자의 요도에 소변을 배출하기 위한 관을 꽂는 일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일부 오다리는 간호조무사 자격을 갖고 있지만 이들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도 불법.
간호조무사의 경우 의료인(의사 간호사)을 보조하는 단순업무만 맡도록 되어 있어 수술의 경우 전등 조절, 바닥 청소, 환자 옮기기 등만 할 수 있다.
오다리가 외과 계통에 급속히 확산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외과 의사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의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면서 지방 중소병원들이 인력난을 겪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현실도 큰 원인이 되고 있다.
2003년 전국 레지던트 선발시험 결과 흉부외과는 70명 정원에 39명이 뽑혀 정원확보율이 55.7%에 그쳤고 일반외과도 86.8%에 불과했다. 피부과 안과 등 이른바 인기과들이 정원을 확보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 더구나 외과 레지던트 중 대부분은 지방병원 근무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다리의 인건비가 월 150만∼200만원으로 의사에 비해 훨씬 적다는 점도 오다리 고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 신모씨는 “의사 인력이 부족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 병원이 방사선과 촬영기사, 구급차 기사, 원무과 직원 등을 교육해 오다리로 고용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전국적으로 500여명의 오다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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