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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어떤 의사를 믿는가(응급의학 김승열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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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충훈
댓글 0건 조회 768회 작성일 0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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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어떤 의사를 믿는가
사마천의 사기열전 중에 자객열전이 있습니다. 자객 열전의 자객 중에 유명한 사람으로 예양(豫讓)이 있습니다. 예양은 자기가 섬기던 지백을 위해 지백을 죽인 조양자를 3번이나 죽이려다 실패합니다. 조양자가 예양에게 예양이 지백을 섬기기 전에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충성을 다하지 않았는데, 왜 유달리 지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렇게 악착같이 자기를 죽이려고 하느냐고 묻자 예양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다른 사람은 나를 알아주지 않았지만, 지백은 나를 나라의 선비(國士)로 알아주었기에 나라의 선비로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다.’

예양의 고사를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적용하면 이런 말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환자는 자기의 고통을 알아주는 의사를 믿는다." 에릭 J 카셀이 짓고 강신익 선생이 번역한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라는 책에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저자인 에릭 카셀이 전공의 시절, 다른 의사가 발견하지 못한 통증의 원인을 찾아 말해주자 환자는 ‘맞지요, 제가 정말 아플 만한 원인이 있었지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환자는 통증의 원인을 찾은 것 보다, 자기의 아픔이 진실된 것을 알아준 의사에게 고마워 했다는 뜻입니다.

저 또한 실제로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의사의 부인이신 분이 몇 년간이나 어깨와 왼쪽 가슴, 왼쪽 윗등의 통증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몇몇 병의원, 한의원, 정신과까지 다녔지만 원인 불명이었고 통증은 계속되었습니다. 환자의 성격은 좀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마침내 통증이 심해져 응급실에 오게 되었습니다. 응급실 근무 수련의도 원인이나 진단에 막막해 하였습니다. 진료를 하면서 아무래도 근막동통증후군이 의심되어 통증유발점 주사를 시행하였습니다. 통증유발점 주사 때도 다른 보통 환자와 달리 아파하면서 울기까지 하였지만 20-30분 정도 지나자 활짝 웃으면서 응급실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 환자를 보면서 참으로 이 환자를 괴롭힌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였습니다. 우울증이 의심되리 만큼 예민한 성격,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질병인 근막동통증후군의 특징으로 꾀병이나 신경성으로만 진단받은 환자가 비로소 자기의 통증에 원인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 통증의 조절보다 더 이 환자를 웃으면서 응급실에 나가게 한 이유일 것입니다.

최근에 임상의사, 응급의학과 의사로 응급실에서 진료를 하면서 경험하면서, 또 에릭 카셀의 책이나 의료문화,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다룬 책을 몇 권 읽으면서 절실히 느낀 것이 한국의 의학교육의 문제점의 하나가 환자의 고통의 정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부족입니다.

응급실에서 환자가 통증을 호소할때 참으라고 했을때 참는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더 의사, 간호사를 계속 부르면서 통증을 호소하면서 빨리 처치를 해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환자를 조금이라도 참게 하게하기 위해 현재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단 한마디로 가능한 방법입니다. "정말 아프시지요? 환자의 병은 정말 아픈 것입니다" 이런 말만 해 주고 나아가서 왜 그렇게 아픈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진단과 치료의 계획을 말해주면 의사와 간호사를 계속 부르면서 힘들게 하는 일이 많게는 90%까지 줄어들고 거의 모든 환자가 아픔을 더 잘 참았습니다.

즉 환자가 정말 아프다는 것을 의사가 알고 있고, 그 아픔에 공감한다는 말 한마디가 가장 강력한 진통 효과를 가져오는 마약 진통제보다 더 잘 환자의 행동을 조절할 수가 있었습니다.

환자가 1차적으로 바라는 것은 자기가 정말 심한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참으세요" 했을 때 환자가 느끼는 것은 이런 생각이 아닐까요? " 정말 네가 이렇게 아파보아라, 참을 수 있는지.."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저의 기억에 의대생 시절에 어떻게 환자와 대화하고 공감하고 동감할 것인가를 배운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있다하더라도 이론으로 지나치듯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의사로서 살아가면서 10년이 넘어가자, 정말 필요한 것을 배우지 못하고 의사가 되었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그 중에서도 위에서 말한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동감하는 방법이며, 실제로 느끼는 마음의 공부의 부족입니다. 한국의 의학교육에서도 질병의 진단과 치료와 같은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제적으로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행동과학 교육이 강화되어야 불필요한 의료진-환자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혹 저의 글을 보시는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또 의사 동료나 의대생에게 한국에서 일반인의 의사에 대한 분노를 탓하기 전에 먼저 환자의 이러한 아픔에 대한 공감과 동감이 얼마나 있었는가를 먼저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솔직히 저도 고백하면, 저도 환자의 아픔에 진정한 마음으로 아직은 공감하지 못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방법상만으로도 이러한 공감과 동감을 하는 훈련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습관이 되면 진정으로 환자의 아픔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기에.


하니리포터 김승열(응급의학과 의사) / notwh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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