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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부] “우리 아가 엄지가 펴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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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충훈
댓글 0건 조회 3,011회 작성일 04-10-01 00:00

본문

- 소아의 방아쇠 무지 -

건강하게 잘 자라던 우리 아이가 갑자기 엄지 손가락 마디가 펴지지 않는다면 당황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런 경우의 거의 대부분은 “방아쇠 무지”이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선천적으로 펴는 힘줄(신전건)이 없거나 관절 만곡증 등 다른 것들도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이 들은 매우 드문 것들입니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모릅니다. 선천성(유아기성) 방아쇠 수지는 현재 선천성인지 후천성인지 의학계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천성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어른에 생기는 방아쇠 수지(이 경우는 힘줄의 염증이라는 것이 밝혀짐)와 구별해서 유아기성으로 부르자고 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선천성이라고 주장하는 의사들은 남자나 여자나 비슷한 빈도로 발생하며, 일란성 쌍둥이에서는 같이 발생하고, 양쪽 모두에 있는 경우가 어른보다 많고, 가족중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던 경우도 많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신생아에서는 대부분 엄지 손가락 관절을 구부리고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자세이기 때문에 성장하여 물건을 잡으려 하기 전에는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로는 신생아에게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자라면서 나타나므로 선천성 기형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주요 증상은 방아쇠 움직임, 엄지 손가락 관절의 굴곡 구축(구부러져서 펴지지 않음), 엄지 손가락의 뿌리쪽 관절(손허리-손가락 관절)의 결절(혹) 등이 있으며 환아에 따라 여러 증상이나 한 증상만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아들은 방아쇠 움직임 보다는 손가락 관절의 굴곡 구축이 주된 증상이고 이 때문에 엄마들이 병원에 데려오게 됩니다. 이는 성인의 방아쇠 수지와 다른 점 중의 하나입니다. 눌러서 아픈 곳도 없으며 강제로 펴지 않는 이상 통증을 호소하지도 않는 것도 또다른 차이점입니다.

엄지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굴곡건)은 정상적으로 활차라고 불리우는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터널의 크기가 힘줄이 겨우 지나갈 정도인데 방아쇠 무지의 경우 선천성으로 힘줄이 굵어진 부위가 있어(또는 터널이 좁아져서) 이 터널을 잘 통과하지 못하게 됩니다. 굴곡건에 형성된 결절이 터널내로 통과가 가능한 경우엔 방아쇠 현상이(무언가 걸리는 듯한 느낌) 나타나고, 저항이 차츰 증가하여 터널을 통과하지 못하면 손가락 관절이 펴지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손가락을 펼려고 해도 걸려서 펴지 못합니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강제로 펴려고 해도 안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약간의 힘을 주어서 펴면 펴집니다. 총의 방아쇠처럼 처음에는 저항이 있다가 어느 순간을 넘어가면 저항이 없어지기 때문에 방아쇠 무지라고 부릅니다. 엄지 손가락 뿌리쪽 손바닥 쪽에 작은 혹이 만져지지만 눌러도 아프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어른의 방아쇠무지에서 혹이 만져지는데 이것은 염증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소아와 달리 혹 부위에 통증이 심합니다.

치료는 엄마가 해주는 운동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습니다. 보통 만 24개월까지는 운동치료를 하며 기다려 보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24개월까지 기다리는 이유는 많은 환아들이 이 기간동안에 방아쇠 무지가 저절로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장은 방아쇠 무지가 비교적 흔한 것임에도 과거에는 이 같은 병명으로 수술을 거의 시행하지 않았고(우리 부모님들은 먹고 살기 힘드니까 손가락 안펴지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 어른들을 보면은 엄지가 펴지지 않아서 불편하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집에서 운동을 시킬 때는 엄지 손가락의 뿌리쪽 관절(손허리-손가락 관절)을 편 상태로 고정한 상태에서 엄지 손가락의 끝(손가락 관절)을 수동으로 펴주면 됩니다. 뿌리쪽 관절을 고정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운동을 시키면 뿌리쪽 관절의 인대가 늘어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수동으로 펴줄때 아이가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됩니다. 어린 아가(1세 미만)는 가급적 잠을 잘 때 하는 것이 좋고 이 때도 통증으로 잠에서 깰 정도로 세게 하면 안됩니다. 통증을 느끼게 되면 아이의 정서에도 좋지 않고 운동을 싫어하게 됩니다. 약한 힘으로 1-2분간 지속적으로 펴는 힘을 주는게 좋습니다. 보통 하루에 10-20번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수술 시기는 딱히 정해진 기간은 없습니다. 빨리 수술해주는게 좋다는 의사도 있고(그래도 마취 문제로 만 1년이상 지나서 해야 됩니다) 기다리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서둘러 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24개월까지는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론 정도가 너무 심하면 빨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금 저항이 있더라도 통증이 없이 수동으로 펴진다면 더 기다리는 게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자연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적기 때문입니다. 24개월이후에도 안펴지는 경우 수술을 하지 않고 3-4세가 되서 병원에 오는 애들을 보면면 중수지 관절(엄지의 뿌리관절)의 인대가 느슨한게 되는 경우(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강제로 펴는 운동을 시키다가 그런 것으로 추측됩니다)나 엄지손가락이 옆으로 휘는 경우(뼈는 자라는데 힘줄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당겨지는 효과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후유증이 생겨도 손의 기능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그래도 생기면 치료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만 2세이상에서 수동으로 잘 안펴지는 경우는 바로 수술을 권하고 수동으로 잘 펴지면 좀 더 운동치료를 하며 기다려 봅니다.

수술할 때 입원은 1박 2일로 전날 입원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수술후 당일 퇴원 귀가합니다. 석고 고정(깁스)는 필요없고 압박붕대로만 고정합니다. 수술 당일날 손가락을 펴고 구부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바로 엄지를 움직이도록 하여 힘줄이 주위 조직과 엉겨 붙지 않도록 합니다. 물리치료나 재활치료도 필요없습니다. 봉합사는 수술후 2주 정도에 제거합니다. 수술은 보통 5분-10분(마취준비와 회복실 시간까지 합하면 2-3시간)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습니다. 한쪽인 경우엔 전신마취 대신에 수면 마취로 시행합니다. 양쪽이면 전신마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어른과 달리 국소마취로는 불가능합니다. 어린이의 경우 아무리 잘 참는다고 해도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하나 수술부위가 엄지 손가락 신경이 바로 옆으로 지나가기때문에 절개하는 순간에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수술시에 확대경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런 합병증을 막기 위함입니다. 또한 수술부위에 피가 나면 시야가 좋지 못하므로 지혈대(혈압 잴때처럼 공기를 넣어서 압력을 가해 피가 통하지 않도록 하는 것)를 사용하므로 이 통증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나, 수술후 통증은 수술 절개부위가 매우 작기 때문에 경미한 정도입니다.

수술 방법은 혹을 없애는 게 아니라 활차라고 불리는 터널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결절(혹)은 힘줄이 좁아진 터널 때문에 생긴 이차적 변화이므로 저절로 없어진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흉터는 손바닥 자체가 흉터가 잘 안생기는 부위이고 손금을 따라 시행하므로 몇개월이 지나면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수술후의 기능상의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2주정도는 상처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봉합하는 실도 어린 아이들은 실밥 뽑기가 힘들어 일명 "녹는 실"로 꿰맵니다. ("녹는 실"이라는 것은 우리 몸의 염증 반응에 의해 흡수되는 실을 말하며 피부를 꿰맬 때는 보통 나일론 같은 비흡수성 실을 쓰고 실밥을 뽑아줍니다. 염증 반응에 의해 흉터가 더 커질 수도 있고 감염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손바닥쪽은 흉터도 거의 없기 때문에 녹는 실로 꿰매도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실밥 뽑는 과정에서 애들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녹는 실로 꿰맵니다. 가끔 엄마들이 녹는 실로 꿰매달라고하는데 아이가 크거나 흉터가 커질 곳은 가급적 나일론 같은 비흡수성 실로 꿰매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의 합병증은 손가락 신경손상, 불완전한 수술로 인한 강직의 지속 혹은 재발, 상처의 감염등이 교과서에는 기술되어있지만 그 확률은 극히 희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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